앞으로 통신사가 비암호화된 와이파이 구간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 무조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약관에 명시하기 어려워진다. 또 이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관리 소홀에 따른 피해도 통신사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도 사라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개 통신사의 통신서비스 이용약관을 점검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불공정 약관 4개 유형을 시정했다고 6일 밝혔다.
최근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다량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사업자의 정보보호 체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통신서비스는 대다수 국민이 이용하기 때문에 보유·관리하는 개인정보 규모가 다른 업종보다 방대하다. 이에 공정위는 통신 분야 약관을 정비해 개인정보와 관련된 책임과 손해배상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이용자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약관을 점검하기로 했다.
먼저 개인정보 침해사고에 대한 면책 조항이 시정됐다.
기존 약관은 회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 침해사고 책임을 지지 않고, 비암호화된 와이파이 구간에서의 정보유출이나 사설전화교환시스템 해킹으로 인한 변작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면제했다. 그러나 통신사업자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의 보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 조항은 사업자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고 이용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으로 약관법 제7조에 따라 무효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사고 발생 시 고의·과실 등 귀책사유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조항을 고쳤다.
두 번째로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관련 책임 전가 조항도 시정됐다. 한 통신사는 이용자가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발생한 서비스 이용 문제나 제3자 부정사용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이용자에게 지우면서, 회사의 책임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로만 제한했다.
하지만 통신사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고객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며, 법률 위반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조항은 법률로 정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고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이어서 역시 약관법 제7조로 무효다.
시정 후에는 회사의 책임 범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뿐 아니라 과실로 인한 손해까지 포함하도록 확대됐다.
세 번째로 서비스 제공 관련 손해배상 제한 및 면책 조항이 시정됐다. 통신사들은 이용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서비스가 중단된 경우 일정 시간 이상 중단되거나 회사의 고의·중과실이 있을 때만 배상하고, 천재지변이나 고객의 고의·과실이 있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한다고 정했다.
그러나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양측에 귀책사유가 있으면 각자의 책임 비율에 따라 나눠야 하는데, 이용자 과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자가 항상 면책되는 것은 부당하다. 이에 따라 해당 조건들은 면책 사유가 아니라 손해배상 책임을 줄여주는 감면 사유로 명확히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대한 동의 의제 조항도 고쳐졌다.
일부 통신사는 약관이 고객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때 안내 후 일정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변경된 약관을 승인한 것으로 보거나, 해지 통지 후 의견을 내지 않으면 해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이는 일정한 작위 또는 부작위가 있을 때 고객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는 약관법 제12조 제1호에 해당해 무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