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8월 6일 국무총리 주재 제12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 피해를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인터넷 광고 시 총액 표시 의무화, 성능점검 신뢰성 제고, 판매자 하자보증 책임 강화, 플랫폼 공정 거래 질서 확립 등 4대 분야를 담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연간 약 250만 대가 거래되고 2025년 수출 88만 대를 기록하는 등 우리 경제의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거래의 불투명성과 낮은 신뢰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매매 가격 외에 각종 수수료가 계약 단계에서 뒤늦게 고지되고, 성능점검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능보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중고차 민원의 80%가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부실과 관련될 정도로 점검 정보에 대한 신뢰가 낮다. 실제로 20대 A씨는 예산 500만 원으로 중고차 플랫폼에서 차량을 찾았지만, 계약 과정에서 매도비 44만 원, 알선수수료 20만 원, 성능보험료 50만 원 등 100만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는 점검기록부 서식이 과거 차량 기준에 머물러 있고, 세부 점검 기준과 점검 오류에 대한 처벌 근거가 미흡한 데다, 2019년 성능보험 도입 이후 매매업자와 점검자가 하자 수리 책임을 보험에 의존하면서 점검 품질을 높일 유인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전가된 성능보험료는 5년 만에 2.2배로 올랐고, 보험료 수입 중 사업비가 약 44%에 달한다.
먼저 매매업자가 중고차를 인터넷 플랫폼에 광고할 때 차량 가격뿐 아니라 모든 수수료를 포함한 총액을 표시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기존에는 광고에 차량 가격만 표시되고 수수료는 계약 단계에서 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예를 들어 매매가 1,000만 원인 차량을 광고할 때 관리비 40만 원, 보험료 20만 원 등을 포함한 1,060만 원을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는 광고에 적힌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성능·상태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점검기록부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고, 점검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침수·사고이력 등 중요 항목에 대한 점검 오류는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가 항의해도 단순 실수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폐단을 근절한다.
점검 수수료 현실화, 점검자 법정 정의 정상화 등 업계 상생 방안도 병행한다.
판매자의 하자 보증 책임도 강화된다. 현행 성능보험은 성능점검자가 가입해 점검 결과를 보증하는 1회성 보험이었다.
앞으로는 하자 보증 책임을 매매업자에게 부여하고, 성능보험을 매매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판매자 보험으로 통합한다. 민법 및 주요국 사례에 맞게 보장 기간과 항목을 늘리고, 보험료 부담은 낮춘다.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의 하자 발생률 등 신뢰도 정보를 매년 공시하고 우수사업자를 지정해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 또 구매 후 7일 이내에 엔진 등 주요 장치의 하자로 수리비나 수리 기간이 과도한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다.
수리비가 매매가의 30% 이상이거나 수리 기간이 30일 이상이면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의 공정 거래 질서 확립도 핵심 과제다. 최근 내차팔기 플랫폼 등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영세 딜러에게 진단 오류 손해를 전가하고, 클레임을 이유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있었다.
앞으로는 플랫폼이 진단 오류로 이용자에게 손실을 발생시킨 경우 실제 손해액 수준의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용자 귀책이 아닌 사유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를 신설하고, 행정처분 권한을 시·군·구청장 외에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도 부여한다.
이 밖에도 매매업자의 세부 수수료 표기를 합리화하고, 성능점검자와 매매업자 간 담합을 막기 위한 자진신고 감면제도를 도입한다. 매매업과 성능점검업 겸업을 금지하고,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상품 설계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조속히 실행하기 위해 9월 안으로 관련 법령 개정안을 발의하고, 성능·상태 점검 및 보험 등 과제별 세부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업계 의견은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반영할 계획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는 인터넷 광고에 표시된 금액만 내고,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믿고 차량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