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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 비인두암, 진행 단계별 치료와 재발 관리 중요 ②

이정범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정범 응급의학과 전문의

아주 초기인 비인두암은 방사선치료만으로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목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종양이 주변으로 더 진행한 경우에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항암방사선치료가 중심이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항암제는 시스플라틴 계열이다.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함께 시행하면 비인두와 목에서 암을 억제하는 효과뿐 아니라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더 진행된 국소 비인두암에서는 방사선치료에 앞서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재발 위험이 높은 진행성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연관 비인두암에서 시스플라틴과 젬시타빈 등을 이용한 선행 항암치료 후 항암방사선치료를 중요한 표준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전신 항암치료를 통해 눈에 보이는 종양뿐 아니라 영상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미세한 전이까지 치료하고, 이후 방사선치료로 비인두와 목의 암을 집중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다.

치료 효과만큼 치료 과정의 관리도 중요하다.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함께 받으면 입안과 목의 점막염, 입마름, 미각 변화와 삼킴 장애가 생길 수 있으며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기도 한다. 시스플라틴은 신장 기능과 청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치료 전후 검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치과 검진과 청력 평가를 하고, 치료 중에는 영양 상태와 삼킴 기능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사선치료 후에는 갑상선 기능 저하나 청력 손실 같은 늦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치료가 끝난 이후의 관리 역시 필요하다.

비인두암이 다시 생기더라도 모든 경우가 같은 것은 아니다. 비인두 부위에 국소적으로 재발한 경우에는 위치와 범위에 따라 재방사선치료나 내시경 수술을 통해 다시 완치를 목표로 치료할 수 있고, 목 림프절에 국한되어 재발한 경우에는 림프절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반면 여러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전신 항암치료가 치료의 중심이 된다.

최근에는 재발성 또는 전이성 비인두암에서 면역치료도 중요한 치료 축으로 자리 잡았다. 암세포는 PD-1과 PD-L1 같은 면역관문을 이용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는데, 면역관문억제제는 이러한 제동을 풀어 면역세포가 다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 비인두암은 바이러스와 면역체계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암이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접근의 의미가 크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수술이나 방사선치료가 어려운 재발성 또는 전이성 비인두암의 1차 치료로 시스플라틴·젬시타빈과 면역항암제 토리팔리맙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를 가장 우선적인 치료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기존 항암치료에 면역치료가 더해지면서 진행된 비인두암에서도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비인두암의 예후는 발견 당시의 병기와 림프절 전이 정도, 원격전이 여부, 치료 반응 등에 따라 달라진다. 혈액의 EBV DNA 수치와 치료 후 감소 여부도 예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비인두 내시경과 목 진찰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MRI나 PET-CT로 재발 여부를 확인한다.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는 장기적으로 갑상선 기능과 청력, 구강건조, 삼킴 기능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

비인두암은 일반인이 위치조차 생소하게 느끼는 암이어서 초기 신호를 놓치기 쉽다. 통증 없는 목의 멍울이 오래 지속되거나, 한쪽 코막힘과 코피가 반복되거나, 성인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한쪽 귀의 먹먹함과 중이염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감기나 귀 질환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비인두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가 필요하다. 비인두암 역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치료법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일찍 알아차리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치료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정범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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