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언가를 검색할 때 검색포털과 챗GPT 활용을 놓고 고민하는 세상.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난 결과를 제시하는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시대를 사람들은 ‘특별히 다른 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단어와 함께 설명하고는 한다.
특이점은 인간보다 우월한 수준에 도달한 AI가 인간의 통제 수준을 벗어나 세상에 급격한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지점을 의미하는데, 가끔은 AI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서늘한 미래가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챗GPT를 내놓은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제시한 ‘온화한 특이점(Gentle Singularity)’의 개념은 다분히 따뜻하다. 기술이 충격적인 단절을 일으키며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라, AI가 마치 봄비에 옷 젖듯 일상 속으로 점진적이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과정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온화한 스며듦은 지금 금융 산업의 한복판에서도 진행 중이다. 과거의 금융이 정교한 통계표와 서류 뭉치로 가득 찬 조금은 냉정한 세계였다면, AI와 데이터가 결합한 오늘날의 금융은 놀라울 만큼 섬세해지고 있다.
특히 필자가 30년 가까이 몸담아 온 보험 산업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변화가 피부로 와닿는다. 과거에는 연령이나 직업 같은 통계로만 위험을 정형화했다면, 이제 AI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정교하게 읽어낸다.
하루 만보를 걸으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고, 안전운전 습관에 따라 혜택을 얹어주며, 심지어 반려견의 비문(코 주름) 사진 한 장으로 개체를 식별해 간편하게 가입하는 펫보험까지 등장했다. 소비자로서는 금융 상품을 이용하면서도 재미와 유용함을 동시에 느끼는 경험이다.
한편, AI가 금융에 스며들며 완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따로 있다. 바로 금융당국의 핵심 지향점인 ‘포용금융’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다.
돌아보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때마다 금융 산업에는 늘 소외의 그늘이 따라붙었다. 스마트폰 앱 조작이 서툴러 안경을 고쳐 쓰며 헤매고, 오프라인 점포 감소로 집 앞의 금융 안식처를 잃어버린 어르신들의 사례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이다. 금융거래를 간편하게 만들고 효율성을 향상시킨 디지털화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되었던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장벽을 허물 열쇠 역시 디지털 기술의 끝단에 있는 AI가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AI는 디지털화가 만든 장벽조차 부드럽게 넘어설 수 있는 포용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복잡한 메뉴를 헤맬 필요 없이 평소 쓰던 말로 질문하면 알아듣는, 모든 금융거래를 도와줄 수 있는 대화형 AI 금융 비서가 ‘온화한 특이점’에 도달한다면 기술의 장벽을 넘기 위해 애써야 했던 시대에서 기술이 인간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오는 시대로 변화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AI가 금융에 적용될 때 우리는 AI의 능력뿐만 아니라 그 능력이 향하는 방향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의 특이점은 사람에게 이로운 방향만이 아닌, 사람의 약점을 찾아내고 공격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은행권 AI 기반 해킹 사고에서도 그 양면성을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AI의 활용은 혁신에 소외된 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줌과 동시에 안전한 활용을 위한 장치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비로소 그 효용과 안전성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다.
결국 금융 AI가 온화한 특이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똑똑하게’ 뿐만 아니라, ‘더 안전하게, 신뢰할 수 있게’ 진화해야 한다. 물론 이는 어느 한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렵다.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유관기관 등이 각자가 노력함과 동시에, AI를 금융시스템의 발전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 사용한다는 원칙을 함께 세울 필요가 있다.
또한 AI를 활용한 새로운 공격에 한발 앞서 대응하는 범금융권 차원의 보안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요하다.
AI 기술이 위협이 아니라, 보다 안전하고 온화하게 세상의 어려움을 포용하고 감싸 안는 금융 AI 시대.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그 기분 좋은 스며듦이 안전하게 세상에 안착될 수 있도록 금융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인호
한국신용정보원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