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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진의 보험을 워딩하다] 콩 스프 이론(Bean Soup Theory)

이하진 영업이사
이하진 영업이사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유튜브 등에서 유행하는 밈 가운데 ‘콩 스프 이론(Bean Soup Theory)’이 있다.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공유했을 때 핵심은 뒷전이고 자신의 입장이나 취향만을 내세워 그 맥락이나 흐름을 깨거나 무시하는 현상을 뜻한다.

누군가 콩 스프 만드는 영상을 올렸는데 해당 영상의 댓글들이 “난 콩 싫어하는데”, “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영상은 없나?”, “스프엔 버섯이 들어가는 게 맞는데”, “콩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 등의 댓글이 달린다. 콩 스프를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이 아닌, 자기 생각과 주장만 쓴 것을 바탕으로 생성된 밈이 콩 스프 이론이다.

이 개념의 범위가 넓어져 단순히 핵심과 상관없는 의견을 말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얘기를 이해하기보다 모든 얘기를 자기 관점으로만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아우르고 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 여행 사진을 보여줄 때 “난 여행보단 운동하는 게 더 좋아”라고 반응하는 식이다.

필자가 보험 일에 몸담고 있는 터라 콩 스프 이론을 처음 봤을 때 보험영업과도 매우 밀접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거절당하거나 반응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콩 스프 이론이 논점을 흐리는 부정적인 개념이지만, 설계사들에게는 받아들이고 극복하는데 참고할 만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모든 고객이 결코 내 고객은 아니다. 콩 스프를 만든 사람은 좋은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콩을 재료로 레시피를 소개한 것이지 모든 사람들에게 콩 스프를 먹이는 게 목적은 아니다. 특정 보험의 필요성을 여러 명에게, 똑같은 시간을 들여 설명했을 때 누군가는 관심을 보일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콩 스프 이론처럼 본인 생각만 어필하기도 한다.

설명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본인의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 더 큰 차이점은 고객의 상황과 필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일 터. 성과를 이어나가야 하는 영업인으로서 시간낭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고객을 가리라는 뜻이 아니라 고객을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 경제적 문제가 걸려있어서 보장보다 보험료가 더 중요했을 수도 있고, 니즈가 달랐을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영업에서 가장 위험한 건 모두를 설득하려는 욕심이다. 설계사들이 간혹 듣는 말이 있다.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희한하게 보험료는 아까워요”. 필자도 고객에게 보험보다 그 돈으로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꽤 들어왔다.

여기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기회비용을 생각하면서 설득을 포기하거나, 보험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으니 무조건 설득하거나, 콩 스프 이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거나. 영업에 정답은 없으니 해답은 응당 세 번째다.

실제로 필자는 기본적인 암보험조차 부정하며 강경하게 콩 스프 이론을 보여준 고객들이 몇 명 있다. 그분들의 주요 관심사는 돈이라는 걸 파악한 뒤 투자의 개념으로 화제를 돌렸기 때문에 고객이 될 수 있었다.

콩 스프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콩 스프의 장점을 백 번 설명한다고 해서 반드시 콩 스프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같은 설명을 정성들여 해도 모든 사람이 그 시점에 느끼는 니즈는 다 다르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고객이 왜 콩 스프 이론을 보였는지를 이해하고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확하게 알려주되, 최종 선택은 고객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좋은 설계사는 모든 사람에게 보험을 판매할 줄 아는 이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다른 상품을 판매할 줄 아는 이다.

보험영업에서 콩 스프 이론은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일까, 아니면 설계사가 거절을 견뎌내고 영업의 길을 지키기 위한 개념일까. 첫 번째는 현장에서 롤플레이(RP) 시작부터 계약까지 순조롭게 나아갈 수 있다. 두 번째는 필자가 늘 강조하는 멘털을 보호하고 이 업을 계속 나아갈 수 있다.

한 가지 더 있다. 콩 스프 이론이 과연 고객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그대였던 적은 없는가.

이하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VIP지사 영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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