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자리도 아들에게 넘겼으니, 이제 제 월급은 없애도 되겠지요?”
김 대표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아들이 경영을 맡았고, 자신에게는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도 있었다. 회사의 인건비를 줄이고 편히 쉬면 된다고 생각했다.
“월급을 없앤 뒤 건강보험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해 보셨습니까?”
필자의 말에 김 대표가 되물었다. “월급을 안 받는데도 보험료가 더 나올 수 있습니까?” 은퇴 후 들어올 돈은 챙겼지만, 매달 빠져나갈 돈까지 따져보지는 못한 것이다.
■ 월급은 사라져도, 보험료는 늘 수 있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보수를 중심으로 계산한다. 집이나 건물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재산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바뀌면 소득과 함께 재산도 보험료 계산에 들어간다. 재산은 시세가 아닌 재산세 과세표준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며, 재산보험료 산정 시 세대당 1억원을 기본공제한다. 부동산 비중이 큰 대표라면 급여 중단 전후의 보험료를 비교해야 하는 이유다.
직장가입자로 남는다고 임대소득이나 배당에 따른 부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험료 부과대상인 보수 외 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추가 보험료가 발생하고, 이는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 월급 대신 배당을 받자는 결정에도 보험료 계산이 따라야 한다.
세금도 개인과 법인을 함께 봐야 한다. 급여를 없애 개인 소득세가 줄더라도, 회사는 비용으로 인정받던 인건비가 줄어 법인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줄어든 월급만으로 절감 효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 월급을 남길 근거는, 회사에 필요한 역할이다
김 대표에게는 아직 마무리할 일이 있었다. 오랜 거래처와의 관계를 아들에게 이어주고,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전수하는 일이었다. 경영의 결정권을 넘겨도 회사에 필요한 역할은 남을 수 있다.
실제 업무를 맡고 그에 맞는 보수를 받으면서 가입 요건을 충족하면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직함과 급여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임직원 지위와 근무 형태에 따른 가입 요건도 확인해야 한다.
비교할 때는 회사 부담분도 포함해야 한다. 급여에 대한 건강보험료는 원칙적으로 개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장기요양보험료와 적용되는 다른 사회보험료, 개인과 법인의 세금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 완전히 퇴직한다면 최장 3년 임의계속가입
맡은 일을 모두 마쳤다면 다른 선택지도 있다. 퇴직 후 일정 기간 직장가입자 자격을 이어가는 임의계속가입이다. 지역보험료보다 부담이 적다면 은퇴 초기의 생활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법인 대표도 퇴직 전 18개월 동안 직장가입자였던 기간이 통산 1년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적용 기간은 퇴직 다음 날부터 최장 36개월이다. 신청은 최초로 고지받은 지역보험료의 납부기한에서 2개월이 지나기 전에 해야 한다.
보험료가 산정된 최근 12개월의 평균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보수월액보험료를 계산하고, 그 금액의 50%를 경감한다. 기존에 본인이 내던 보험료를 다시 절반으로 깎아준다는 뜻은 아니다. 보수 외 소득에 따른 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 가족의 피부양자 자격까지 살펴 지역가입 때의 가구 전체 부담과 비교해야 한다.
선택의 기준은 은퇴 후 손에 남는 생활비다. 월 400만원이 필요하다면 세금과 보험료를 내고도 그 금액이 남아야 한다. 급여·배당·퇴직금 등 은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회사의 자금 사정과 함께 계획해야 한다.
김 대표는 비용을 비교한 뒤 남은 업무에 맞는 보수를 받고, 인수인계를 마칠 시점에 완전한 퇴직과 임의계속가입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경영권을 넘기는 시점과 월급을 끝내는 시점을 나누어 정한 것이다.
마지막 급여를 없애기 전, 급여명세서와 소득 자료, 재산세 고지서를 꺼내보자. 세무전문가와 세금 변화를 점검하고 공단에서 가입 자격과 예상 보험료를 확인할 때다. 아들에게 넘길 회사의 미래만큼, 자신에게 남을 매달의 생활비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
정식한
비즈파트너즈 상무이사 |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