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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60+Life story] 부모 간병, “이제 더는 혼자 못 하겠다”고 말해야 할 때

이종범 대표
이종범 대표

“이제는 제가 혼자 돌보기 어렵습니다.”

부모를 돌보는 자녀가 이 말을 꺼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병원에 모시고 가고 약을 챙겨 드리는 정도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료가 잦아지고 밤에도 도움이 필요해진다. 그러다 보면 출근 시간과 개인 약속을 부모님의 상태에 맞춰 조정하게 된다. 하나씩 맡다 보니 어느 순간 거의 모든 일을 혼자 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잠이 부족하고 허리가 아프다는 말은 남에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모른 척하고 싶었다는 말은 꺼내기 어렵다. 부모님이 싫어진 것은 아닌데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 차 안에 조금 더 앉아 있게 된다. 쉬는 날에도 ‘별일 없으실까’ 싶어 휴대전화를 자꾸 확인한다. 부모님 곁에 있어도 마음이 바쁘고, 떨어져 있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

그런 날이 이어지면 혼자서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형제자매에게 부탁하려다가도 내 일을 떠넘기는 것 같아 망설인다. 돌봄 서비스를 알아볼 때도 부모님이 낯선 사람의 손길을 싫어하지 않으실까 걱정한다. 부모님이 “나는 괜찮다”고 하시면 정작 내가 괜찮지 않다는 말을 삼킨다. 그러고는 다음 날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

부모님이 치매 등으로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결정은 더 힘들어진다. 돌봄 방식을 바꾸기 전에 부모님 생각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시설을 알아보면서도 부모님께 필요한 선택인지, 내가 쉬고 싶어서 내리는 선택인지 마음이 복잡해진다. 부모님을 위해 결정해야 하는 사람과 돌봄에 지친 사람이 같은 자녀이기에, 어떤 선택을 해도 마음이 편치 않다.

가족 안에서 한 사람이 거의 모든 결정을 맡게 되는 과정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병원에 자주 동행하는 자녀가 의사의 설명을 듣고 부모님의 상태를 전달하다 보면, 다른 가족은 다음 진료나 돌봄 방식도 알아서 정하라고 한다. 그러다 막상 결정을 내리면 “왜 미리 상의하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온다. 평소에는 알아서 하라고 하다가 결과에는 의견을 보태는 셈이다.

돌보는 자녀도 모든 결정에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도 모르겠다”고 말할 때 함께 의논해 줄 가족이 필요하다. 일을 나눌 때 “효도는 함께 해야지”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밤에 몇 번 일어나야 하는지, 병원에 다녀오면 몇 시간을 쓰는지, 식사와 씻는 일은 누가 돕는지 적어볼 필요가 있다.

비용을 보태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까이 사는 자녀가 밤마다 부모님 곁에 있다면 그 시간도 함께 따져야 한다. “필요하면 말해”보다 “이번 주 토요일은 내가 있을게”라는 말이 더 큰 도움이 된다.

멀리 사는 형제자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병원 예약과 서류 준비를 맡거나 돌봄 기관에 전화해 이용 가능한 날짜를 알아볼 수 있다. 주말에 부모님 곁을 지키며 평일 내내 돌보던 형제가 잠시 밖에 나가 쉬게 할 수도 있다. 한 번 돕고 끝내지 말고, 다음 달에는 누가 무엇을 맡을지 정해야 한다. 간병이 버거운 것은 유난히 힘든 하루 때문만이 아니다. 같은 일을 언제까지 계속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치는 것이다.

전편에서 언급한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는 부모를 돌보는 가족이라면 알아둘 만하다. 2026년 기준으로 이용 대상에 해당하는 수급자는 단기보호는 연간 최대 12일, 종일방문요양은 연간 최대 24회 이용할 수 있다. 단기보호는 일정 기간 기관에서 돌봄을 받는 방식이고, 종일방문요양은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서 12시간 이상 돌보는 방식이다. 부모님이 이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가까운 기관에 가능한 날짜를 문의하는 일부터 형제자매가 나눠 맡을 수 있다.

“더는 혼자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오면 가족이 모여 이야기해야 한다. 오늘은 누가 부모님 곁에 있을지, 다음 진료에는 누가 동행할지, 돌봄 서비스는 누가 알아볼지 정해야 한다. 어렵게 도움을 청한 사람에게 해결책까지 혼자 찾아오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제가 혼자 돌보기 어렵습니다”라는 말에 가족이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그럼 무엇부터 나누면 좋을까?”

이종범

제3의 나이 연구소 | 금융노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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