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보험대리점(GA)업계가 잇따른 판매수수료 규제와 감독 강화의 누적효과를 우려하며 금융당국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수료 경쟁 억제와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여러 제도가 짧은 기간에 집중되면 설계사 소득과 고용, GA 경영환경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핵심 내용
GA업계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된 1200%룰(Rule)에 이어 2027년 1월 수수료 분급제 도입이 예정돼 있고, 여기에 추가 사업비 규제까지 추진되고 있어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개별 규제의 타당성뿐 아니라 여러 제도가 동시에 작동할 때 생기는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GA업계가 마주한 제도 변화는 판매수수료 규제에 그치지 않는다. 보험판매전문회사 관련 법안이 여야에서 각각 발의됐고, 근로자 추정제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2027년부터는 GA 운영위험 평가와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가 예정돼 있으며, 초대형 GA에 대한 종합 감독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약 30년에 걸쳐 성장한 GA 산업의 영업구조와 사업모델이 단기간에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00%룰은 설계사 영입을 위한 수수료 경쟁을 제한하고, 수수료 분급제는 계약 초기 소득을 줄여 영업활동과 신규 인력 정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사업비와 준법·소비자보호 관련 비용까지 늘어나면 중소형 GA의 경영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업계는 지점 축소와 합병, 폐업이 늘어 판매채널의 대형화와 시장 집중이 가속될 가능성도 염려하고 있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GA업계가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제도가 현장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고 보완할 시간도 없이 새로운 규제가 이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무조건 완화하거나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업계가 적응하고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소비자 참고사항
규제의 실효성을 판단하려면 소비자 편익부터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수수료 감소가 실제 보험료 인하로 이어졌는지, 불완전판매와 부당승환이 줄었는지, 상품 비교와 상담 서비스가 개선됐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의 사업비 절감 규모와 이익 증가분도 함께 분석해 규제에 따른 혜택이 보험사와 소비자에게 어떻게 배분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GA업계 관계자는 “핵심은 규제의 숫자가 아니라 결과다. 금융당국은 1200%룰과 수수료 분급제의 시행 효과를 토대로 설계사 소득과 고용, 신규 인력 유입, GA 경영 여건, 소비자 편익과 보험사 수익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규제의 성과와 부작용을 검증한 뒤 추가 규제의 필요성과 시행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 보호와 건전한 모집질서 확립은 중요한 정책 목표지만, 규제가 현장의 수용 능력을 넘어 누적되면 산업 기반을 위축시키고 정책 효과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의 필요성만큼 시행 순서와 속도도 중요한 만큼, 금융당국의 종합적인 영향평가와 속도 조절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