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청년 파산, 빚에 짓눌린 청년들의 ‘다시 시작할 권리’를 묻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빚은 개인의 소비 습관이나 경제관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로 번지고 있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39세 이하 가구의 자산은 전년보다 0.3% 감소해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줄어든 반면, 부채는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3월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보다 소득 수준이 낮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주택 구입과 투자 목적의 차입 확대 등이 청년층 고위험 가구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청년 부채가 소득·주거·금융 환경과 맞물린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지난 5월 출간된 ‘청년 파산’은 회생·파산 현장의 사례를 통해 빚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추적하고 필요한 제도를 살펴본다.
저자 박기태 변호사는 도산·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회생·파산과 보이스피싱·사기 사건을 주로 맡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약 15년간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 노숙인 봉사를 하며 상환 불가능한 빚이 사람을 노숙과 범죄로 내모는 현실을 목격했다. 이후 관련 사건을 맡으며 청년 부채가 개인의 잘못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임을 절감하고, 청년에게도 실패할 권리와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회생·파산을 자본주의의 최후 안전망으로 보고 금융기관의 책임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책은 총 5장과 특별부록으로 구성됐다. 1장은 학자금 대출, 전세사기, 투자사기, 불법사금융 등 저자가 상담실에서 마주한 청년들의 사례를 재구성해 부채가 일상과 존엄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2장은 청년들이 빚에 내몰리는 구조를 분석하며, 그 요인으로 노동소득이 자산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과 주거 불안에서 비롯된 자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줄임말)’, 그리고 고위험 투자로 향하는 흐름을 짚어낸다. 여기에 청년의 절박함을 노리는 투자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범죄 생태계를 살펴보며 금융기관과 국가가 부담해야 할 책임까지 질문한다.
3장에서는 회생·파산을 보험 구조에 빗대 설명한다. 저자는 대출 금리에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반영한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이 포함돼 금융기관이 이미 위험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다고 본다. 이에 실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채무자 개인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회생·파산 역시 금융이라는 위험을 허용한 사회가 그 위험이 현실화됐을 때 작동시키는 안전장치로 해석한다.
4장은 도산법을 ‘국가적 투자’로 바라본다. 부채로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사람에게 회생 기회를 제공해 납세자와 소비자로 복귀시키는 것이 사회 전체의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논리다. 5장에서는 불법 브로커 퇴출, 추심 중단, 긴급 생계 지원, 금융기관 책임 강화 등 재기를 위한 9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회생·파산·워크아웃 절차를 정리한 특별부록도 수록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추천사에서 “이 책은 지금 한국 사회가 빚진 청년들을 어디까지 몰아세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인 동시에, 한 번 무너진 삶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희망의 선언”이라고 평가하며 “이 책이 금융 현장의 실무자들과 정책 입안자들뿐만 아니라, 빚의 문제를 그저 남의 일로만 여겼던 수많은 이의 손에 닿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년 파산’은 청년 부채의 현실을 이해하려는 독자와 금융·법률 실무자, 청년 정책 담당자에게 현재의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한지를 되묻는 책이다. 빚 문제를 겪는 청년과 가족에게는 경제적 재기 제도를 이해하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청년 파산 / 박기태 지음 / 메디치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