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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근의 보험맹 탈출하기] 전세집 누수 사고, 내 보험으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오동근의 보험맹 탈출하기  전세집 누수 사고, 내 보험으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오동근의 보험맹 탈출하기 전세집 누수 사고, 내 보험으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전세 아파트의 매립 배관 노후로 아래층에 물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물벼락을 맞은 아래층 주민이 도배와 장판, 가전제품 수리비까지 요구하자 세입자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떠올렸다.

보험사에 접수하면 모든 수리비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바닥에 묻힌 매립 배관의 하자는 주택 소유자인 집주인이 근본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므로, 세 들어 사는 임차인에게는 법적인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주택의 소유·사용·관리 과정이나 일상생활 중 발생한 우연한 사고로 타인에게 물리적 손해를 입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할 때만 보상한다. 여기서 핵심은 ‘법률상 배상책임’의 존재 여부다.

임차인이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했어도 사고의 주된 원인이 건물의 노후화 등 구조적 결함에 있어 책임이 집주인에게 귀속된다면 임차인 보험으로는 단 한 푼도 보상받을 수 없다.

법원의 판례도 이와 동일한 입장이다. 건물 소유자가 최초에 설치해 구조의 일부가 된 배관 등 임대인이 전적으로 관리할 영역의 하자는 그곳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전세 주택에서 흔히 발생하는 누수 원인이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이 아닌 건물의 태생적 하자라면 세입자가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집주인이 가입한 보험은 어떨까. 여기에도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보험 가입 시점이다. 2020년 4월 이전에 가입한 구형 약관이라면 피보험자가 사고 난 주택에 실제 거주할 때만 보상된다. 집주인이 분양받아 입주하며 보험에 가입했어도 개인 사정으로 다른 곳에 이사해 그 집을 전세로 주었다면 임대한 아파트의 사고 원인에 따라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

다행히 2020년 4월 약관이 대대적으로 개정된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피보험자가 직접 거주하는 주택뿐만 아니라 임대 계약을 맺어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까지 누수 사고 보상 범위가 확대됐다. 하지만 보험증권에 기재된 단 하나의 주택만 해당함을 유념해야 한다. 다주택자로서 여러 채를 임대 중이라면 보상을 원하는 특정 주택을 증권에 명시해야만 억울한 분쟁을 피할 수 있다.

이사를 간 경우에도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2022년에 아파트에 입주하며 보험에 가입했는데 2024년 발령으로 이사하면서 주소지를 변경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이사 간 새집에서 누수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이 보험은 철저히 증권에 기재된 주택 기준이기 때문이다. 거주지가 바뀌면 지체 없이 기재 사항을 변경해야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부터 내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

또 하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타인의 집에 입힌 피해를 물어줄 뿐, 내 집 수리비는 1원도 보상하지 않는다. 내 집 내부 누수 피해를 대비하려면 ‘급배수시설누출손해보험’에 추가로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 보험도 만능은 결코 아니다. 급배수설비 등 내부 시설의 사고만 보상할 뿐 건물 외벽 크랙이나 노후 방수층 손상에 의한 빗물 누수는 철저히 보상에서 제외된다.

마지막으로 건물 소유자가 기억해야 할 통지 의무가 있다. 건물 구조를 대대적으로 변경하거나 30일 이상 비워두는 공실 상태일 때는 반드시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 누수 관련 보험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롭다. 전세 임차인인지 집주인인지, 가입 시점과 증권 기재 주택이 무엇인지에 따라 보상 여부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가입 내역을 꼼꼼히 점검하고 숨은 빈틈을 미리 메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동근

칼럼니스트 |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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