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외국계 보험사 매각설이 던지는 질문
최근 보험업계는 인수합병(M&A) 소식으로 연일 들썩이고 있다. 새로운 매물이 등장하고 인수 후보가 거론될 때마다 관련 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계 보험사들의 이름도 잇따라 오르내리고 있다.
교보생명은 2020년과 2023년 악사(AXA)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했다가 중도에 뜻을 접었지만 최근 다시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인수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KDB생명과 함께 인수 후보로 놓고 막판까지 고민한 선택지 중 하나로 전해진다.
외국계 보험사의 매각과 인수는 이전부터 반복돼 왔다. 2013년 네덜란드 ING그룹은 ING생명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후 ING생명은 오렌지라이프로 이름을 바꿨고, 신한금융지주 품에 안긴 뒤 신한생명과 합병해 현재의 신한라이프가 됐다.
독일 알리안츠그룹 역시 1999년 제일생명을 인수해 국내 보험시장에 진출했지만 2016년 회사를 중국 안방보험에 넘기며 한국 시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ABL생명으로 간판을 바꾼 회사는 다시 주인이 바뀌어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미국 푸르덴셜생명도 2020년 KB금융지주에 매각돼 KB생명과 합병한 뒤 지금의 KB라이프생명으로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그룹이 국가별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따져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영 판단이다. 외국계 보험사의 매각 역시 각 회사의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고 매각 사례가 되풀이되는 모습은 국내 보험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시장의 성장성과 경쟁 환경, 장기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여건 등이 글로벌 보험사의 사업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험시장은 성숙기에 들어섰다. 저출생과 고령화, 인구 감소로 새로운 고객층을 크게 넓히기 어려워졌고 한정된 시장을 놓고 보험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성장 여력이 높은 여러 시장을 동시에 놓고 투자처를 고르는 글로벌 그룹이라면 한국 사업을 바라보는 셈법 역시 처음 진출했을 때와 같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장성뿐 아니라 국내에서 장기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제도적 여건도 투자 판단에서 빼놓기 어렵다.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보험업은 오늘 판매한 상품의 책임이 10년, 20년을 넘어 이어지는 산업이다. 그만큼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예측 가능성도 중요하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은 수십 년에 걸쳐 계약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는 제도 변화가 잦고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규제도 많아 전략의 방향을 일정하게 가져가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국내 시장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보험업계를 둘러싼 제도 변화를 생각하면 그냥 흘려듣기에도 아쉬운 말이다.
외국계 보험사가 회사를 판다고 해서 국내 보험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과거에 떠났던 이름들에 이어 최근에도 외국계 보험사들이 M&A 시장에 등장하는 모습은 한 번쯤 국내 보험업의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누가 사고 누가 떠나는지에만 시선을 둘 것이 아니라, 국내 보험시장이 오랜 시간 자본을 묻어두고 사업을 이어갈 만한 시장으로 보이고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