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의료·요양·돌봄을 원스톱으로 연계하는 '통합돌봄지원법'이 시행되면서 시니어케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 시행 직후 100일 만에 신청·접수자 4만6000명, 실수급자 3만7000명을 기록하며 수요 확대가 가시화된 데다, 규제 개편이 기존 개인 영세업자 중심의 시장 구도를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맞물린 결과다.
이에 자본력을 갖춘 보험사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KB라이프·신한라이프·하나생명·삼성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요양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손해보험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시니어하우징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보험사들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 통합돌봄 법제화, 시니어케어 시장 재편 예고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달 27일 발간한 '시니어케어 관련 규제 변화와 전망' 보고서는 이번 법제화를 계기로 시니어케어 시장의 주도권이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재가노인복지시설은 개인 설립 시설 비중이 87.7%(2024년)에 달할 만큼 영세 개인 사업자 위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통합재가기관이 도입되면 팀 단위 전문인력 운용과 복합 서비스 제공이 필수화되면서 단일 서비스에 의존해 온 개인 영세업자의 수익성 악화와 시장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자본력을 바탕으로 복합 서비스 확대가 가능한 법인 사업자의 역할은 커질 전망이다. 특히 토지·건물 소유규제와 부수업무 허가 여건을 갖춘 보험사를 중심으로 관련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 보험사, 요양 인프라 확충하며 사업 확대
보험사들은 요양시설 운영부터 시니어하우징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관련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 인프라 구축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KB라이프는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서울 종로평창카운티 같은 노인복지주택과 위례·서초·은평·광교·강동빌리지 등 노인요양시설, 주야간보호센터 등을 운영하며 시니어케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1월 경기 하남 미사지구에 첫 프리미엄 요양원 '쏠라체 홈 미사'를 개소하며 추격에 나섰다. 부산 해운대, 서울 은평, 경기 위례 등으로 쏠라체 브랜드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는 지난 3월 경기 고양시에 연면적 8476㎡, 150명 규모의 첫 요양시설 기공식을 열고 2027년 9월 개소를 목표로 착공에 들어갔다. 삼성노블라이프는 삼성노블카운티 인수·통합을 마무리하고 올해를 시니어 리빙·케어 사업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 생보사는 요양시설, 손보사는 시니어하우징
손해보험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새롭게 나섰다. 자회사 현대씨앤알(C&R)을 통해 시니어하우징 전문 운영법인 현대HXP를 설립하고 금융·헬스케어 서비스를 연계한 라이프케어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에 돌봄·의료·여가 서비스를 결합한 시니어하우징은 토지·건물 소유 의무가 없어 임차권만으로도 사업이 가능하다. 노인요양시설 직접 운영에 나선 생보사들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다.
보험업계가 시니어케어 시장에 공을 들이는 데는 단순한 신(新)사업 발굴 이상의 이유가 있다. 고령화 심화로 장기요양 수급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요양시설 운영을 통해 고령 고객을 장기간 밀착 확보하면서 기존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수익원으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판단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령화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돌봄환경 조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사는 노인복지시설 운영자이자 입소 자금 유동화 상품을 판매하는 상품 제공자로서 역할 확대 요구에 직면해 있다"며 "규제 변화 모니터링과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