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근로자 추정제’ 추진에 보험업계 영업조직 관리체계 재편 주목
정부가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배달 라이더,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폭넓게 근로자로 인정하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보험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 제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노무 제공자를 우선 근로자로 보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은 사업주가 입증하도록 규정한다.
■ 제도·정책
근로자 추정제는 노동분쟁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나 법인보험대리점(GA)이 비근로자성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을 안긴다. 제도가 시행된다고 모든 보험설계사가 자동으로 근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설계사의 직장가입 전환 등이 확대될 경우 사회보험료와 각종 비용을 합쳐 연간 약 1조6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가 더 주목하는 부분은 비용보다 설계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위촉계약을 맺은 독립 영업인인 설계사에 대해 실제 현장에서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거나 교육 참석을 의무화하고 영업목표와 활동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면 근로자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더라도 설계사의 법적 지위가 즉시 근로자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비근로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기존의 영업조직 관리방식과 관행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A의 경우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다. 지점장과 팀장을 중심으로 설계사를 모집·교육하며 출근과 활동량, 실적 등을 관리해 온 일부 GA는 위촉계약서 정비는 물론 실제 지점 운영과 관리자 역할까지 재정비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점장과 팀장은 직접 통제하는 관리자에서 독립적 영업활동을 보장하고 교육·상담·영업지원을 제공하는 지원형 리더로 조직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설계사에게도 복합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근로자 인정 범위 확대로 사회보험과 노동법적 보호가 강화될 수 있지만, 관리체계가 강화되면 영업시간과 방식의 자율성이 줄어들 수 있어 고능률 설계사에게는 독립성 역시 중요한 기준이 된다. 1200%룰과 수수료 분급을 겪고 있는 GA업계는 활동 설계사 비율, 정착률, 1인당 생산성, 조직 유지율 등 장기적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다. 1200%룰이 보험영업의 돈의 흐름을 바꾼다면 근로자 추정제는 사람을 관리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으며, 향후 GA의 경쟁력은 많은 인원 모집보다 오래 일하며 높은 생산성을 내는 조직 구축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근로자 추정제는 ‘많이 모집하는 GA’에서 ‘오래 일하는 GA’로 성장 공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