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전용보험, 법정 기준 넘어 기관 신뢰 확보 수단으로 부상
한국디지털에셋(KODA)이 최근 KB손해보험과 최대 4000만 달러(약 6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 전용보험 계약을 맺으면서 법정 의무 수준을 넘어선 임의보험 가입 사례가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삼성화재와 체결한 최대 2000만 달러(약 300억원) 규모 계약에 이은 것으로, 국내 커스터디 업계 최대 수준의 보상 계약이다.
■ 핵심 내용
가상자산 전용보험은 가상자산사업자가 보유한 자산의 해킹·도난·유실이나 전산장애 등으로 이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사이버보험이나 개인정보배상책임보험이 전산망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기업의 사이버 사고 배상책임을 주로 보장하는 것과 달리, 가상자산 전용보험은 접근매체의 위·변조와 해킹, 거래정보의 전송·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이용자 자산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를 보장 대상으로 삼는다. 다만 시장가격 하락에 따른 투자손실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원화마켓 거래소는 최소 30억원, 코인마켓 거래소와 지갑·보관업자는 최소 5억원 이상의 보상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보험 가입 자체만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금 여력이 부족한 사업자에게는 사실상 핵심적인 책임 이행 수단으로 작용한다.
■ 주요 수치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의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 거래 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개로 집계됐다. 일평균 거래액은 5조4000억원, 원화예치금은 8조1000억원에 달했다. 시장 등락에도 이용자와 예치금이 늘면서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도 함께 커질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2024년 7월 삼성화재를 비롯해 KB손보, DB손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11개 손보사가 가상자산사업자 배상책임보험을 마련한 바 있다. 다만 약관과 상품을 갖춘 것과 달리 현재 영업은 일부 보험사에 집중돼 있는 상태다. 대형 거래소는 준비금 적립을 선택할 수 있고, 사고 통계가 부족해 적정 보험료와 손해율을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제도·정책
정부는 2025년 6월부터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의 매도 거래를 허용했으며,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의 투자·재무 목적 매매를 허용하는 2단계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법인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기관 자금을 보관·관리하는 커스터디(Custody) 시장과 이를 뒷받침할 보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법인과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 확대를 앞두고 수탁사업자의 보안 기술뿐 아니라 사고 이후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가상자산 전용보험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안전한 보관 인프라를 갖췄더라도 사고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만큼, 보험은 현실적인 사후 안전장치이자 사업자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기관은 수탁사업자를 선택할 때 보안 방식과 내부통제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실제 회수할 수 있는 보상한도까지 살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일부 대형 손보사가 시장을 선도하고 다수 보험사는 인수 확대에 신중한 모습”이라며 “다만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과 법인 참여가 본격화되면 위험을 분산하고 신뢰를 뒷받침하는 보험산업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