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보험신문-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공동기획 중국 가상자산 규제 강화, 거래 손실은 누가 부담하나

한국보험신문-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공동기획 중국 가상자산 규제 강화, 거래 손실은 누가 부담하나
중국의 이른바 ‘42호 문건’이 발표된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거래 제한과 별개로 실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월 6일 8개 부처와 공동으로 ‘가상화폐 등 관련 위험을 추가로 예방·처리하기 위한 통지’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42호 문건’이라고 부른다. 같은 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실물자산토큰화(Real World Asset, RWA) 해외 발행 등록 지침도 함께 공개했다.
시장에서는 두 정책의 동시 발표를 중국 가상자산 정책의 새로운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면서도 실물경제와 연계된 일부 자산 토큰화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제도적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 자리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급락과 대규모 청산 사태가 반복됐고, 스테이블코인과 RWA 상품을 내세운 불법 자금조달 사례도 확산됐다.
42호 문건의 핵심은 감독 범위 확대다. 기존에는 해외 법인을 설립한 뒤 실제 운영과 의사결정을 중국 내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규정은 법인 등록지가 아니라 실질적 지배관계를 기준으로 감독 대상을 판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의 통제권이나 의사결정권이 중국 내와 연결돼 있을 경우, 형식상 해외 법인이라 하더라도 감독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됐으며 관련 중개 서비스 제한도 강화됐다.
반면 RWA 등록제 도입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중국은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에는 강한 규제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매출채권이나 부동산 수익권, 공급망 금융자산 등 실물경제와 연결된 자산의 토큰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이는 전면 개방이 아닌 제한적 허용에 가깝다. 해외 발행과 등록 절차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위험이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거래 위험이 현실화됐을 때 손실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중국에서는 가상자산 거래가 불법 금융활동으로 규정돼 있다. 거래소 파산이나 해킹, 투자 사기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용자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피해자는 형사 절차나 개별 민사소송을 통해 구제를 시도할 수 있지만 제도화된 보상 체계는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중국의 방식은 거래 자체를 차단해 금융시스템으로의 위험 유입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를 제도권 감독 아래 두고 이용자 자산 보호를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거래소는 고객 자산 상당 부분을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하며, 원화 예치금은 은행을 통해 별도 관리된다. 해킹 등에 대비해 보험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의무도 부과받고 있다.
이는 거래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위험을 제도적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에 가깝다. 다시 말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위험을 개인이 아닌 거래소와 금융 시스템이 함께 부담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차이가 단순한 규제 강도 차원을 넘어 ‘가상자산 거래 위험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책 철학의 차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거래 자체를 줄여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은 시장 수요를 인정하는 대신 보관·분리예치·보험 등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식 이용자 보호 모델이 중국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중국 법체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자체가 불법 금융활동으로 규정돼 있어 이를 전제로 한 보험이나 보상 체계 구축이 제도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RWA 제도가 확대되고 디지털자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경우, 위험 부담 구조와 이용자 보호 체계가 중국 가상자산 정책의 다음 단계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지연(Zhu Mengyuan)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시민개발학 석사과정
정리=이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