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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이지 않는 약속, 보험의 존재 이유를 묻다

 기자의 눈  보이지 않는 약속, 보험의 존재 이유를 묻다

기자의 눈 보이지 않는 약속, 보험의 존재 이유를 묻다

기자는 지난 광복절 연휴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신작 ‘오디세이’를 관람했다. 장장 3시간에 이르는 상영 시간에도 400여 석을 빼곡히 채운 관객 대부분은 중간에 자리를 뜨지 않았다. 고대 서사의 한복판에 선 듯한 음향과 장면 연출은 기자를 포함한 관객을 한때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르는 병사로, 때로는 그 상황을 멀리서 굽어보는 신적 관찰자의 입장에 세우며 영화에 깊이 빠져들게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영화 감상의 주된 무대로 자리매김하며 대형 영화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서운 흥행 가도를 달리는 오디세이는 극장에서만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경험을 앞세워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무형의 금융상품인 보험도 극장과 비슷한 질문 앞에 놓여 있다. 금융당국이 2023년부터 공식적으로 언급해 온 ‘시장 포화’라는 꼬리표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보험업계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 상황을 극복할 만한 돌파구는 무엇인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상태다.

단기납 종신보험이 2022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생보업계의 반짝 호황을 이끌었지만, 단기 판매 성과가 보험산업의 지속 가능한 해답이 되기 어렵다는 점만 확인시키며 빠르게 저물었다. 보험계약에서 소비자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보험약관과 증권,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 정도다. 보험금 지급은 소비자가 보험의 존재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증거다.

보험이 다시 소비자에게 설득력을 얻으려면 가입자가 보험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순간을 선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근 보험사들의 시도는 이러한 방향과 맞닿아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보상 속도와 산정 내역을 보여주는 ‘지급 경험’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다림을 줄이고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일은 보험의 효용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보상 단계에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삼성생명이 최근 목돈을 노후 연금 재원으로 바꾸는 상품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은퇴 전후 고객에게 장기간 납입을 요구하기보다, 보유 자산을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보험이 장수 리스크를 다루는 본래 역할에 가까워지는 시도다. 이 밖에 다수의 생명·손해보험사들은 건강관리 노력에 보험료 할인을 연결하는 상품을 선보이며 보험을 사후 보상의 장치에서 위험 관리의 도구로 확장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들은 곧바로 보험시장의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급자 중심의 상품 구조를 앞세우기보다, 소비자가 보험을 체감하는 장면을 구체화한다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보험산업이 다시 성장하려면 더 높은 환급률이나 판매채널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순간에 보험이 자신을 지켜주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쉽고 투명한지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오디세이가 증명한 것은 신화의 재현을 넘어 극장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경험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포화된 시장과 촘촘해진 규제 환경에서도 보험은 보이지 않는 약속을 보이는 경험으로 바꿀 때 존재 이유를 다시 증명할 수 있다. 보험의 다음 흥행은 한때의 판매 열풍이 아니라 보험금 지급, 노후소득, 건강관리처럼 삶과 맞닿은 장면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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