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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업위험이 커질수록 보험은 늘어날까

 시론  기업위험이 커질수록 보험은 늘어날까

시론 기업위험이 커질수록 보험은 늘어날까

기업을 둘러싼 위험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경기 둔화와 금리·환율 변동, 공급망 차질과 자연재해뿐 아니라 사이버공격, 배상책임 등 과거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위험까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험이 커지면 기업은 보험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보험회사에 이전함으로써 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보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기업위험과 보험 이용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보험료 지출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3년 약 23조 원에 이른다. 일반손해보험에서도 기업성 보험은 신계약 건수로는 전체의 약 13~19%이지만 원수보험료 기준으로는 40~46%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개별 위험을 각각 보장하기보다 여러 위험을 함께 보장하는 종합·패키지형 보험 활용도 커지고 있다.

보험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실을 보전하는 수단인 동시에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기업의 재무상태와 영업활동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는 위험관리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기업의 선택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한국금융연구원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1만6747개의 기업-연도 관측치를 분석한 결과 경영위험과 시장기반위험, 파산위험이 증가할수록 보험료 지출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위험이 커질수록 보험도 늘어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기업은 위험을 보험만으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위험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위험을 피하거나 줄이는 방법도 있고, 일정 부분은 기업이 직접 부담할 수도 있으며,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은 보험을 통해 외부로 이전할 수도 있다.

연구에서도 경영위험과 시장기반위험이 커질 때 기업은 현금과 운전자본을 늘리고 배당과 레버리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반면 파산위험이 높은 기업은 현금과 운전자본이 함께 줄고 레버리지는 증가했다. 보험을 전략적으로 줄였다기보다 재무여력이 악화되면서 보험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험료는 줄이기 쉬운 비용처럼 보여도 보험이 사라진 만큼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에는 보험료 절감 효과가 먼저 보이지만 화재나 대형 배상책임, 영업중단과 같은 큰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이 직접 부담해야 할 손실은 훨씬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보험료의 크기만 볼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발생 가능성이 높고 손실 규모가 작은 위험은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한 번의 사고가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라면 보험을 통한 위험 이전의 필요성이 커진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 연구 결과 대기업은 위험이 변해도 보험 이용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경영위험과 시장기반위험, 파산위험이 커질수록 보험 이용이 감소하는 관계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같은 수준의 위험이라도 기업의 규모와 재무여건, 보유 자산의 성격에 따라 보험의 필요성과 활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회사도 단순히 더 많은 보험을 판매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위험이 큰 기업일수록 보험이 필요한데 정작 재무여력이 부족한 기업이 보험을 줄이게 된다면 보험의 위험관리 기능이 가장 필요한 곳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 기업의 규모와 업종, 위험 특성을 세분화하고 핵심 위험에 필요한 보장은 유지하면서 보험료 부담을 조절할 수 있는 상품과 보장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업위험관리의 핵심은 보험을 많이 가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을 기업이 직접 감당하고 어떤 위험을 외부로 이전할 것인지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데 있다. 기업은 보험료를 단순한 비용으로 보기보다 예상되는 손실과 재무여력을 함께 고려해 필요한 보장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결국 기업보험의 역할은 모든 위험을 대신 부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흔들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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