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025년 말 기준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 소속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운영 현황을 분석해 26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지주회사 체제는 대기업집단의 주요 지배구조 형태로 자리 잡았으며, CVC는 투자 자금이 절실한 초기 및 중기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며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2025년 12월 말 기준 지주회사 수는 총 173개로, 전년(177개)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이는 전반적인 증가 추세 속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된다. 2017년 지주회사 최소 자산 요건이 1천억 원에서 5천억 원으로 상향된 후 지주회사 수는 일시 감소했다가, 2021년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다. (2017년 193개→2018년 173개→2019년 173개→2020년 164개→2021년 168개→2023년 174개→2024년 177개→2025년 173개)
특히 2026년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102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개 집단이 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2024년 말(50개 집단)보다 1곳 늘었다. 구체적으로 대명화학, 한국콜마, 오리온, 희성 등은 이미 지주회사를 보유한 상태로 대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다. 삼성의 경우 기존에 집단 내 지주회사가 없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부문이 인적분할되면서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신설됐다.
반면 신세계는 기존 지주회사 에메랄드SPV가 모회사인 이마트에 합병되면서 소멸했다. 중앙과 에코프로는 기존 지주회사의 지주비율(지주회사 자산 대비 자회사 지분 비중)이 감소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고, 영원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로 전환했거나 당초 그러한 구조였던 대기업집단(전환집단)은 47개로, 전년보다 1개 증가했다. 전환집단 수는 2016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투명한 구조가 장점인 지주회사 체제가 대기업집단의 주요 지배구조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주회사의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2025년 말 기준 지주회사의 평균 자산총액은 3조 1,754억 원으로 전년(3조 165억 원)보다 1,589억 원 증가했다. 평균 부채비율은 39.3%로 전년(43.7%)보다 4.4%포인트 낮아졌고, 법률상 한도인 20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속회사 현황을 보면, 전체 지주회사의 자·손자·증손회사는 총 2,357개로 지주회사 1곳당 평균 13.9개의 소속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일반지주회사와 그 자회사의 자·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각각 73.7%(상장 42.0%, 비상장 87.0%)와 84.5%(상장 46.1%, 비상장 86.8%)로, 법정 의무지분율(상장 30%, 비상장 50%)을 모두 웃돌았다. 이는 종속회사를 지배하기에 충분한 지분을 소유한 상태에서 소유구조와 지배구조가 일치되도록 하는 지주회사 법제의 취지가 잘 구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정거래법은 원칙적으로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소유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벤처투자 촉진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2022년 법 개정을 통해 일정 요건 아래에서 일반지주회사가 제한적으로 CVC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CVC는 기업형 벤처캐피탈로, 기업이 소유한 벤처캐피탈을 뜻한다.
2025년 말 기준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총 13개사로, 전년(14개사)보다 1곳 줄었다. 이는 기존 CVC인 두산인베스트먼트의 지주회사인 두산이 지주회사에서 제외됨에 따른 것이다. 해당 CVC는 지주 체제 밖에서도 벤처투자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13개 중 10개사(76.9%)는 CVC 제도 도입 이후 새롭게 설립·등록된 곳으로, 일반지주회사들이 CVC를 통해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VC 13개사는 총 85개의 투자조합을 운용 중이며, 이 중 2025년에 신규로 설립된 투자조합은 15개로 전년(10개)보다 5개 늘었다. 투자조합 출자 약정금액도 3,945억 원으로 전년(3,330억 원)보다 615억 원 증가했다. 신규 조합 15개의 평균 출자 약정금액은 263억 원으로, 국내 벤처캐피탈(VC) 조합의 평균 약정금액(160억 원, 중기부 2026년 2월 기준)보다 64.4% 많다. 특히 신규 조합에 실제 납입된 투자금 805억 원 중 65.2%인 525억 원은 CVC 소속 기업집단이 냈다. 이는 기업집단 내부의 유보금이 CVC를 통해 벤처생태계로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5년 중 CVC 13개사는 151건의 벤처투자를 집행했으며, 총 규모는 1,939억 원에 달한다. 2024년 투자 규모(2,451억 원)보다는 줄었지만, 2023년(1,764억 원)보다는 증가한 수준으로 CVC를 통한 벤처투자는 꾸준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투자의 경우 4개 CVC가 총 133억 원(전체 투자 규모의 6.9%)을 투자했다.
투자 대상 기업의 업력을 분석한 결과, 자금이 많이 필요한 초기기업(업력 3년 미만)과 중기기업(업력 3∼7년)에 대한 투자 비중이 모두 늘었다. 초기기업 투자 금액은 271억 원으로 전년과 같지만,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0%로 2024년(11.1%)보다 2.9%포인트 증가했다. 중기기업의 경우 투자 금액은 777억 원, 비중은 40.1%로, 2024년(755억 원, 30.8%)보다 각각 22억 원, 9.3%포인트 상승했다. 이 두 부문에 2025년 투자된 금액은 총 1,048억 원에 달한다. CVC가 모험자본으로서 벤처기업이 데스밸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업종별로는 AI·페이먼트 서비스 등 ICT 서비스 분야가 24.9%로 가장 높았고, 바이오·의료 분야 23.3%, 전기·기계·장비 분야 23.2%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지주회사 제도와 CVC 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기업집단 지배구조 선진화와 대기업·벤처 생태계의 동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대기업집단의 소유·출자 구조, 내부거래 현황, 지배구조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공개함으로써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 압력을 통해 대기업집단의 자율적인 행태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거래구조 건전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등 내실 있는 정보를 시장과 이해관계자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