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최근 지수연동예금(Equity Linked Deposit, ELD)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원금은 지키면서 추가 수익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다만 금융소비자보호 측면에서는 상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묻지마 가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원금은 안전자산에, 이자는 파생상품에
ELD는 고객이 맡긴 원금 전체를 정기예금이나 대출 운용 등 안전자산에 두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를 주가지수 연계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이원화 구조의 상품이다.
만기까지 유지하면 원금보장이 가능하고,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다른 보호 상품과 합산해 1인당 1억원까지 보호되는 예금자보호 대상이라는 점이 일반 투자상품과의 차별점이다. 최근 은행들은 최고 연 10%대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상품까지 내놓으며 고객 유치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ELD 판매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ELD 판매액은 12조3338억원으로 전년(7조3733억원) 대비 크게 늘었으며, 2023년(2조2303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직접 투자 대신 원금보장형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 원금보장 뒤에 숨은 함정… 중도 해지·낙아웃 주의
문제는 '원금보장'이라는 표현이 소비자에게 지나친 안정성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ELD는 만기까지 보유해야 원금보장이 적용되며, 중도 해지할 경우 수수료 차감 등으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상품 구조가 복잡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상승낙아웃형' 구조는 관찰 기간 중 지수가 일정 수준을 초과해 상승하면 최고 수익 조건이 무효화되고, 대신 최저이율이 확정되는 방식이다.
즉 증시가 크게 올라도 기대한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최근 증시 급등 국면에서는 실제로 낙아웃이 속출하면서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대로 급격한 조정장이 이어질 경우에는 만기 수익률이 사실상 최저보장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원금은 보장되지만 기대했던 추가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 ELS 사태 반복 우려… 금감원, 은행권에 '설명 강화' 요구
은행권의 판매 경쟁이 과열될 경우 과거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처럼 "안전하다"는 인식만 강조되는 불완전판매 우려도 제기된다. ELD 자체는 ELS와 구조와 위험도가 다르지만, 상품명과 설명 방식만으로는 일반 소비자가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9일 주요 은행 부행장을 소집해 상장지수펀드(ETF) 및 ELD 제조·판매·사후관리 전반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보호 노력을 당부했다. 은행 간 최고금리 경쟁을 지양하고, 소비자가 상품의 수익 구조와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 가입할 수 있도록 설명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은행들은 낙아웃 기준 지수 상승폭을 높이거나 낙아웃 조건을 아예 없애는 대신 최대 수익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상품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 현장에서 낙아웃 위험과 수익률 저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고수익·원금보장'이라는 문구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