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관리 시장 급성장…은행 점포는 줄고 PB 서비스는 진화

국내 은행권의 대면 채널이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 지난 5년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국 영업점 수는 673개나 줄어들었다. 2020년 말 4425개에서 2025년 말 3752개로 1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30곳 이상이 문을 닫는 셈인데,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이 일상화되면서 단순 금융거래가 비대면 채널로 대거 이동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 정반대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과 자산관리(WM) 기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은행 영업점을 한 번도 찾지 않은 일반 고객이 53.3%에 달했지만, 부자는 41.0%, CEO는 29.0%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방문 비율이 높았다. 향후 영업점 이용 의향 조사에서도 모든 고객군이 감소 의향을 더 많이 표시했지만, 부자와 CEO는 전담 PB 상주와 전문 자산관리 컨설팅에 대한 요구가 뚜렷했다.
국내 자산가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부자는 지난해 47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13만명 수준에서 15년 만에 3.7배 증가한 규모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총 3066조원에 이른다. 부의 축적 방식도 변하고 있다. 과거 부동산 투자와 상속·증여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사업소득과 근로소득, 금융투자 수익 등으로 자산 형성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원은 최근 10년 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형성한 50대 이하 자산가를 'K-에밀리(K-EMILLI)'로 정의하며, 이들이 ETF와 대체투자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속과 증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원 조사 결과, 부자의 68%는 재산을 많이 물려줄수록 후손의 성장 기회가 확대된다고 응답했으며, 보유 자산의 절반가량을 가족에게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여와 상속을 병행하겠다는 응답도 57%에 달했다.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듯 은행권도 PB 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 GOLD&WISE'는 세무·부동산·상속·증여 상담과 은퇴설계를, 신한은행 'PWM'은 은행과 증권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복합 자산관리 모델을, 우리은행 '투체어스(TWO CHAIRS)'는 금융·부동산·세무·법률 전문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더넥스트(HANA THE NEXT)'는 상속·증여와 가업승계, 은퇴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디지털 금융이 일상화될수록 단순 창구 업무는 비대면 채널로 이동하겠지만, 자산관리 영역은 전문가 상담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PB센터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업계에서도 자산관리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들이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상속·증여, 은퇴설계 등 종합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