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의 짙푸른 녹음이 더해가는 6월, 보험업 유관기관에 모처럼 활기찬 새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화재보험협회는 지난 9일 사원총회를 열고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제19대 이사장으로 선임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오는 22일 공식 취임과 함께 첫발을 내딛는 신임 이사장을 향해 업계 안팎에서는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감과 긍정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랜 기간 보험·금융업계 최일선에서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실력을 검증받은 전문가가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보험업 유관기관의 핵심 임원직, 특히 수장이나 전무급 이상의 직책은 정치인이나 금융당국, 또는 정부 부처의 관료 출신 인사 중심으로 채워지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이는 행정 경험과 정관계 네트워크를 활용한 대관 업무 및 정책 조율 기능의 중요성을 고려한 인사라는 명분이었지만, 일부 기관의 경우 뚜렷한 부작용도 존재했다.
이러한 풍토를 겪는 조직의 경우, 공채를 거쳐 장기간 실무 경험을 쌓은 내부 직원들조차 최고위직 진출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조직의 전문성이나 연속성보다는 대관 역량 중심의 인사 구조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장의 뼈아픈 고충이나 급변하는 보험시장의 흐름,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실무적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업계와 겉돌거나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화재보험협회의 이사장 선임은 주변의 관행적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자 오롯이 전문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오랜 기간 현장을 지휘해 온 정통 ‘보험·금융맨’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낸 것이다.
김 신임 이사장은 1991년 금융권에 발을 들인 이후 KB금융지주에서 리스크관리총괄 전무(CRO)와 재무총괄 부사장(CFO)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2021년부터 3년간 KB손해보험의 대표이사로서 보험업계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은 검증된 베테랑이다.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치밀함과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재무적 통찰력, 시장의 흐름을 읽는 현장 감각까지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사장 후보추천위원회가 단독 추천을 결정한 배경 역시, 그가 업계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강점 때문일 것이다.
화재보험협회는 화재 예방과 안전 점검, 방재 기술 연구 등을 책임지며 대한민국의 든든한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산불, 전기차 및 배터리 화재 등 일상을 위협하는 신종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는 오늘날, 협회의 역할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과거의 통계로는 예측조차 힘든 재난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책상머리 행정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새롭게 등장하는 리스크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일선 보험사들과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현장 감각을 두루 갖춘 실무형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직접 손해보험사를 이끌며 위기 대응 능력을 입증했던 그의 이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인 셈이다.
‘글로벌 위험관리 선도기관’이라는 화재보험협회의 비전처럼, 협회의 궁극적인 존재 목적은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내고 선진화된 안전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오랜 시간 민간에서 다져온 위기관리 역량과 혁신적인 시각이 협회의 노하우와 결합한다면, 새로운 유형의 재난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실질적인 대비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온전한 전문성으로 승부수를 띄운 신임 이사장의 리더십이 대한민국 사회 안전망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