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의 급여비 지급액이 당초 정부 추계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걸맞은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의원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집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2025년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 급여비 지급액은 총 1913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던 추계액 1188억원의 약 1.6배 수준이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은 2020년 11월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이후 2024년 4월부터 시행된 2단계 시범사업에서는 기존 3개 질환에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이 추가됐으며 적용 의료기관도 한의원에서 한방병원과 한방 진료과목을 운영하는 병원·종합병원으로 확대됐다. 2단계 시범사업은 2026년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환자 본인부담률도 기존에는 50%가 일괄 적용됐으나 2단계에서는 한의원 30%, 한방병원·병원 40%, 종합병원 50%로 조정됐다. 환자 1인당 연간 2개 질환에 대해 각각 20일분까지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쟁점은 2단계 시범사업 후 대상 질환과 의료기관이 확대되면서 재정 지출이 예측 범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과 기능성 소화불량 등 비교적 경증 질환이 급여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용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는 재정 관리와 안전성·유효성 검증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의계는 첩약 급여화 확대가 국민의 의료 선택권과 접근성을 높였다고 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단계 시범사업 시행 당시 대상 질환 확대와 본인부담률 인하로 한약 치료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건강보험 시범사업 전반에 대한 평가 체계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학술지 HIRA Research에 실린 ‘한국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대한 메타평가 연구’는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지속성과 확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투명성을 높이고 일관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첩약 시범사업 역시 본사업 전환 논의에 앞서 재정 지출 추이와 질환별 효과, 처방 적정성, 급여 기준 준수 여부를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보험업계에서는 민영 보험 영역인 실손의료보험과의 비교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6일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면서 급여와 중증질환 보장은 유지·강화하되, 비중증 비급여 보장은 축소하는 방식으로 상품 구조를 개편했다. 과잉 진료와 보험금 누수를 줄이기 위한 장치를 민영 보험에 도입한 만큼,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에서도 경증 질환 급여 확대에 상응하는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증 질환 첩약 처방에 대한 적정성 심사와 명확한 급여 지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장성 확대 취지를 살리려면 이용량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을 점검할 사후 관리 체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