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수차례 매각이 무산됐던 KDB생명과 예별손해보험에 주요 금융사와 보험사들이 잇달아 관심을 보이면서다. 장기 미매각 매물이라는 부담에도 매도측 자본지원 가능성과 재무건전성 개선, 보험업 라이선스 확보 수요가 맞물리며 인수 후보군의 검토 강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보험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일곱 번째 매각에 나선 KDB생명은 재무 건전성 개선을 바탕으로 예비입찰 단계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KDB생명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추가 증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DB생명은 자본잠식 우려를 덜었고, 경과조치 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2024년 말 158.24%에서 지난해 말 205.73%로 47.49%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 1일 마감된 예비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흥국생명뿐 아니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 3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보다 원매자층이 확대되면서 매각전의 판이 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KDB생명 인수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생명보험 매물이 드문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자산 규모와 보험계약자 기반을 한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 이후 기존 사업과 결합할 경우 자산운용, 상품, 영업 채널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매각을 추진 중인 예별손해보험(예별손보)도 재공고 입찰을 통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예별손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의 보험계약과 원칙적으로 모든 자산을 이전받은 가교보험사다.
예보는 지난 4월 본입찰 유찰(입찰 무효) 이후, 지난달 1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재공고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교보생명, 흥국화재, OK금융그룹 등이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특히 손해보험 계열사가 없는 교보생명에는 손해보험업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예보의 자금지원 가능성도 원매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예별손보 정상화에 총 1조2000억~1조3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예보는 1조원 안팎의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 가격과 추가 자본 투입 부담, 공적자금 지원 범위가 지원 규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의 규제 리스크가 해소된 점도 시장 분위기 반전에 일조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대주주 JKL파트너스의 경영개선계획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적기시정조치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손보는 올해 1분기 경과조치 후 킥스비율이 164.4%로 전년 말 대비 5.1%p 상승했고, 보험영업이익도 27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JKL파트너스는 최근 매각주관사를 삼정KPMG로 교체하고 주요 원매자군을 대상으로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한 상태다. 또한 롯데손보의 매각가 눈높이를 기존 2조원 대에서 1조원 안팎으로 조정해 진입 문턱을 낮춘 만큼, 금융당국의 승인 호재와 맞물려 이달 중 본격화될 입찰 프로세스와 개별 협상 테이블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험사 M&A 흥행이 그동안 위축됐던 자본시장의 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매물 보험사들 모두 실사 과정에서의 정밀한 가치 평가, 추가 자본 투입 요구 규모 파악 등 주요 과제와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본입찰과 최종 매각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