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대서양을 항해하던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에서 원인 불명의 호흡기 질환이 집단으로 발생해 전 세계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 감염병은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으로, 남미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안데스 바이러스(Andes virus)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선박에서는 지금까지 총 8명의 감염자가 확인됐으며, 이 중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사례와 관련해 국내 유입 위험도를 긴급 평가하고, 바이러스 특성과 감염 전파 양상, 예방수칙을 8일 발표했습니다. 평가 결과 국내에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을 매개하는 설치류가 서식하지 않고, 해외 유입 사례도 보고된 바 없어 공중보건학적 위험도는 '낮음' 수준으로 분석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신속위험평가(5월 5일)를 통해 크루즈선 관련 위험도는 '중간', 전 세계적 위험도는 '낮음'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한타바이러스는 쥐와 같은 설치류가 옮기는 바이러스로, 감염된 설치류의 소변, 분변, 타액 등에 오염된 에어로졸(미세한 입자)을 흡입하거나 오염된 환경에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서 문제되는 한탄 바이러스(Hantaan virus)와 서울 바이러스(Seoul virus)는 '신증후군출혈열(HFRS)'을 일으키며, 남미에서 유행하는 안데스 바이러스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HCPS)'을 유발합니다.
이번 사례의 원인이 된 안데스 바이러스에 의한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은 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 남미 지역에서 발생합니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 근육통, 두통, 오한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급격한 호흡곤란과 폐부종(폐에 물이 차는 현상), 심장 기능 저하로 빠르게 진행됩니다. 치명률은 20~35%에 달하며, WHO는 최대 50%까지 보고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이 질환에 효과가 입증된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은 없어 산소 치료, 인공호흡기 등 보존적 치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안데스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1일에서 8주(7일~56일)까지 다양하며, 주로 설치류 배설물의 건조된 입자를 흡입하거나 오염된 환경 접촉을 통해 감염됩니다. 사람 간 전파는 일반적이지 않지만,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는 가족 간병이나 동일 객실 사용 등 장시간 밀접 접촉을 통해 전파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 관리는 의심 환자와 확진 환자 모두 격리하며, 밀접 접촉자는 능동 혹은 수동 감시를 실시합니다.
질병관리청 임승관 청장은 "국내에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을 매개하는 설치류가 서식하지 않고, 해외 유입 사례도 보고된 바 없어 공중보건학적 위험도는 낮음으로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지역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여행 중인 경우 설치류와의 접촉을 피하고, 쥐 배설물 등이 있을 만한 폐쇄된 공간 방문을 자제하며, 손 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해당 지역에서 귀국한 후 발열, 호흡곤란, 메스꺼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진료 시 해외 여행력을 의료진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필요한 경우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상담할 수 있습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신증후군출혈열(HFRS)에 대해서도 별도 안내를 내놨습니다. 신증후군출혈열은 한탄 바이러스와 서울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발열성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제3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주로 등줄쥐나 집쥐 같은 설치류를 매개로 전파되며, 야외 활동이 많은 사람, 군인, 농부 등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발열, 출혈, 신부전이 3대 주요 증상이며, 발열기, 저혈압기, 핍뇨기(소변량 감소), 이뇨기(소변량 증가), 회복기 등 5단계를 거치는 특징적인 임상 경과를 보입니다.
신증후군출혈열의 잠복기는 1~2주(최대 8주)이며, 연중 발생 가능하나 대부분 10~12월에 집중됩니다. 사망률은 1~15% 수준이고, 대부분 후유증 없이 회복되지만 드물게 영구적인 신경학적 장애가 남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신증후군출혈열은 사람 간 전파 사례가 극히 드물어 환자나 접촉자 격리는 필요 없으며, 고위험군(야외 활동이 많은 사람, 군인, 농부, 실험실 요원 등)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WHO 및 유럽 등 국제사회와 정보를 공유하며 이번 크루즈선 발생 사례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내 유입에 대비해 신속 진단 체계를 사전에 준비하고, 의심 사례 관리 체계를 면밀히 구축하는 등 선제적 대비를 강화하는 한편, 국민이 과도하게 불안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와 상황 변화를 신속히 공유해 나갈 방침입니다.
전문가들은 "크루즈선이나 남미 여행 후 2주 이내에 발열과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여행력을 알려야 한다"며 "설치류 접촉을 피하고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 환자가 보고된 사례가 없지만, 글로벌 교류가 활발한 만큼 철저한 모니터링과 예방 수칙 준수가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