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가 장기 투자자산을 지속가능 분야에 배분하고 은행권이 전환금융으로 기업의 저탄소 전환 자금을 지원하면서 ESG금융이 다변화하고 있다. 투자와 자금 공급에 그치지 않고 기후위험 반영과 사후 점검 체계로도 영역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 보험업계, 장기 투자자산으로 지속가능투자
보험업계는 운용 기간이 긴 투자자산의 특성을 살려 지속가능투자를 ESG금융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다. 투자 기간이 길어 환경과 사회적 영향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은 녹색·사회적·지속가능채권에 투자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수자원·철도·친환경 건물 등 실물 자산에 자금을 대는 대체투자도 활용하고 있다. 투자 현황은 ESG 보고서를 통해 공개되며, 보험사들은 채권과 대체투자 등 자산 유형별 ESG 투자 잔액과 중장기 투자 목표를 제시하는 등 투명한 공개에 노력하고 있다.
지속가능투자는 수익 추구뿐 아니라 장기적인 위험 관리와도 맞닿아 있다. 자연재해 증가나 탄소 규제 강화가 투자 대상 기업의 자산 가치와 사업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탈석탄을 선언한 보험사들이 석탄 관련 투자와 보험 인수에 제한 기준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후위험 대응은 투자뿐 아니라 보험상품으로도 이어지는데, 손해보험사들은 자연재해 피해를 보장하는 풍수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며 자연재해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이 같은 보험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 은행권, 녹색금융 넘어 ‘전환금융’ 확대
보험업계가 투자로 ESG금융에 참여한다면 은행권은 기업 자금 공급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은행권은 녹색대출과 녹색채권 등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설비 등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으며, 또 다른 축으로는 전환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녹색금융이 친환경 사업에 자금을 대는 것과 달리 전환금융은 철강·시멘트·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기존 업종의 설비 개선과 연료 전환을 지원해 단계적인 탄소 감축을 돕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2월 25일 한국형 전환금융 도입 방안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은행권도 자체 전환금융 기준과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은행권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ESG 대응을 돕는 것도 과제로 삼고 있다. 친환경 설비 도입과 탄소배출량 관리에 드는 비용과 인력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은행권은 ESG 진단과 컨설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ESG 성과를 금리 등 대출 조건에 연계한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 제도·정책
공급한 자금이 실제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체계도 마련되고 있다. 금융위원회·환경부·금융감독원은 2024년 12월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제정해 금융회사가 대출의 녹색 여부를 판단할 기준을 마련했으며, 은행권에서도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공시기준을 적용한 보고서가 나오며 기후 관련 정보 공개가 강화되고 있다.
보험업계와 은행권의 ESG금융은 친환경 분야 투자와 자금 공급을 넓히는 동시에 기후위험을 자산 운용과 위험관리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투자·지원 대상의 지속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평가하고 장기적인 재무건전성과 환경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