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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I보험경영연구소 보험이슈 톡톡] 보험산업의 산학협력, 어디까지 왔나

 RMI보험경영연구소 보험이슈 톡톡  보험산업의 산학협력, 어디까지 왔나

RMI보험경영연구소 보험이슈 톡톡 보험산업의 산학협력, 어디까지 왔나

산학협력(産學協力)은 말 그대로 산업과 학문, 그리고 협력이 결합된 개념이다. 과거 기업은 수익창출과 제품생산에 집중했고,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 안에서 이론 연구에 치중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기술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기업 독자적인 연구개발(R&D)은 한계에 다다랐고, 대학 역시 산업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초기 산학협력은 대학이 기업에 인턴십 등 인재를 공급하거나 기업이 연구비를 지원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1대 1 형태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기술이 고도화·복잡화되면서 참여 주체는 점차 확대됐다. 전문 연구기관이 가세하며 ‘산학연(産·學·研)’으로 발전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류하며 ‘산학연관(産·學·研·官)’ 생태계로 진화했다.

대학이 원천 학문과 인재를 제공하고, 연구기관이 깊이 있는 기술 역량을 보태며, 기업이 상품화와 시장 안착을 맡는 구조에 정부와 지자체가 법·제도 개선, 규제 샌드박스, 공공예산 지원 등으로 ‘판’을 깔아주는 삼각 편대가 완성된 것이다.

최근 지자체와 연계해 기후변화와 재난 피해를 보장하는 풍수해보험이나 지수형 날씨보험 등은 이러한 산학연관 협력의 대표적 결실이다. 보험사는 기후리스크 보장 상품을 운영하고, 대학·연구기관은 기후데이터 분석 및 재난예측 모델링을 수행하며, 지자체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해 보험료 일부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정책보험 구조로 완성도를 높인다.

나아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헬스케어 등 기술혁신 속에서 보험사 단독 역량으로는 신기술을 쫓아가기 어렵다 보니 관련 생태계 구축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K대학과 H손해보험사가 보험 특화 AI 기술 공동 R&D 및 융합 전문인력 양성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E여대와 H생보사가 미래 보험상품 개발 및 인재육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개시한 것이 좋은 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일찍부터 차원이 다른 산학협력을 이어왔다. 바로 보험사의 ‘대학교수 학술활동 지원’이다. 필자가 10여 년 전 해외 교류차 도쿄 H대학에 초청받았을 당시, 일본의 개별 손해보험사가 보험전공 교수들의 산학세미나 운영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업계 실무자들이 세미나에 깊이 참여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보험협회 등을 통한 단체 지원이 일반적이며, 개별 보험사가 특정 대학 교수진의 연구를 지원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국내 금융사 중에는 K생보사가 오랜 기간 국제보험학회(APRIA)와 학자들을 대상으로 참가 지원금과 공로상을 수여해 온 정도가 이에 부합하는 유일한 사례일 것이다.

보험산업은 유형의 제품을 찍어내는 산업이 아니다.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확률로 계산해 정교한 보험료를 산정해야 하므로, 고도화된 통계학과 수리 모형이 필수적이다. 기후 변화나 사이버 테러처럼 전에 없던 리스크가 등장할 때, 대학의 수리통계학 및 기상학 연구진과의 협업 없이 보험사 독자적으로 위험률 산출 모델을 만들고 신상품을 내놓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보험은 인간의 불안 심리를 다루는 관념적 상품이다. 보험사기와 역선택 방지는 보험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심리학·행동경제학·소비자학 연구진과 협력해 보험사기 탐지용 심리패턴 모델을 구축하거나 계약해지를 예방하는 정교한 유인책을 연구해야 한다.

이처럼 산학협력은 보험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탱하는 필수 과제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본질은 산학협력의 중심에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과의 실질적인 협력 성과와 지속성은 결국 연구와 인재 양성을 주도하는 교수진의 역량에 달려 있다. 단순한 단기 프로젝트성 협력을 넘어, 연구진과 학술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우리 보험산업의 산학협력 시각을 한 단계 더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이순재

RMI보험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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