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환의 세일즈 돋보기 꼼수, 묘수 그리고 정수
2016년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바둑계 최강자인 이세돌 9단의 다섯 판 승부가 펼쳐졌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이세돌 9단이 4국에서 백 78번째의 ‘묘수’로 인류 역사상 첫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이후에는 AI의 진화로 인해 인간과는 차원과 레벨이 다른 종족이 되어 알파고는 은퇴하게 된다. 이제 인간은 AI로 바둑을 학습하며 배우고 협력하며 바둑의 수준을 계속 높이고 있다.
필자는 바둑의 고수는 아니지만, 보는 것은 매우 좋아한다. 바둑에서도 우리의 인생과 비즈니스에 얻을 수 있는 교훈들이 많은데 세 가지 수로 정리해볼까 한다. 세일즈 현장은 하루에도 수십 번 판세가 뒤바뀌는 바둑판과 같다. 고객과의 대치 상황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한 수 한 수를 고민한다. 세일즈맨이 집어 드는 돌은 결국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꼼수, 묘수, 그리고 정수다.
■ 꼼수: 눈앞의 계약에만 혈안이 된 상태
실행하려는 욕망만 뜨겁다 보니, 고객의 진짜 니즈나 마음을 읽어낼 촉촉한 성찰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과장된 설명, 임기응변식 거짓말, 얄팍한 할인 제안 같은 ‘꼼수’가 나온다. 꼼수는 순간의 위기를 면하게 해줄지 몰라도, 고객에게 바싹 말라버린 건조함을 전달한다. 들통나는 순간 판 전체를 뒤엎는 자멸의 수가 된다.
■ 묘수: 꽉 막힌 상담 타결을 위해 던지는 한 수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잠재적 니즈를 짚어내거나, 예상치 못한 가치 제안으로 판도를 뒤집는 화려한 테크닉이다. 판을 단번에 역전시키는 쾌감을 주지만, 묘수에만 의존하는 세일즈는 위험하다. 묘수는 매번 나올 수 없으며, 기본기 없이 묘수만 노리는 사람은 결국 꼼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바둑에서도 묘수 세 번이면 필패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두 번 적용이 가능할지는 몰라도 승부에서는 결국 패배를 불러일으킨다.
■ 정수: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강한 정석의 수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것, 고객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거절당해도 묵묵히 후속 관리를 이어가는 것. 당연해 보이는 기본(Basic)을 원칙대로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수를 의미한다.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고 휴머니티에 기반해 고객 니즈에 중심을 두며 세일즈를 기쁘게 받아들이며 고객을 소중히 여기는 수를 넘어선 행마(行馬)다.
묘수는 눈길을 사로잡지만, 승국(勝局)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수없이 쌓아 올린 ‘정수’의 힘이다. 꼼수를 버리고 묘수에 목매지 않으며 정수를 묵묵히 두는 세일즈맨에게 고객은 비로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드리자면, “꼼수는 고객을 속이고, 묘수는 고객을 놀라게 하지만, 정수는 고객의 마음을 얻는다” 또한 세일즈맨의 관점에서는 “하수는 꼼수에 혹하고, 중수는 화려한 묘수를 좇지만, 고수는 정수(正手)를 추구한다” 이 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화려한 묘수로 한 번의 계약을 따낼 수는 있다. 하지만 10년, 20년을 살아남는 세일즈 프로가 되는 길은 뜨거운 열정으로 발로 뛰고, 휴머니티 생각으로 고객을 품으며 우직하게 매일 정수를 두는 것에 있다.
세일즈에서도 AI의 발전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다른 분야처럼 매우 민감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협력도 하고, 활용도 하고, 효율도 뽑아내고 있다. 그러나 결국 고객의 결정에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담겨야 한다. 그것도 정수에 가까운 수로 구성된… 당신이 오늘 고객 앞에 던지고자 하는 한 수는 꼼수인가, 묘수인가, 아니면 정수인가.
박두환
SP&S컨설팅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