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옥의 보험 읽어주는 사람 자동차보험 고객이 사망하면 계약은 어떻게 될까
지인을 통해 소개받아 자동차보험을 관리해 오던 고객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믿기지 않아 재차 확인하자 지인은 고객의 이름이 적힌 부고장을 보내왔다. 그제야 화면 속 이름을 한참 바라보았다.
고객은 예술을 가까이하는 분이셨다. 그래서였을까. 목소리에는 감성이 묻어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늘 단정하고 친절했다. 자동차보험을 인연으로 만난 사이였으니 자주 얼굴을 마주할 일은 없었다. 그래도 매년 11월이면 자동차보험 갱신을 안내하기 위해 연락을 드렸다. 고객과 통화를 하고 나면 ‘이제 또 한 해가 끝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일 년에 한 번 남짓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인데도 유독 마음이 가는 고객이 있다. 필자에게는 그분이 그런 고객이었다. 아직 한참 활동하실 시기에 갑작스럽게 떠나셨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 년에 한 번 연락하던 보험설계사인 필자도 이런 마음인데 가족들이 느끼는 상실은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는 고인이 남긴 보험계약도 살펴야 한다. 가족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후속 절차를 안내하는 것 역시 보험을 관리해 온 사람의 역할이다. 이번에는 고인 명의의 자동차와 자동차보험이 남아 있었다.
자동차 소유자가 사망하면 자동차는 상속재산이 된다. 보험기간 중 기명피보험자가 사망하고 상속인이 피보험자동차를 상속받는다면 자동차보험도 이에 맞는 계약 변경 절차가 필요하다. 실무에서 확인하게 되는 것이 자동차보험의 ‘권리양도배서’다.
상속 절차가 완료되기 전이라면 사망 사실과 상속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등이 필요하고, 다른 상속권자가 있다면 상속관계에 따른 동의나 추가서류가 요구될 수 있다. 상속에 따른 자동차 명의이전이 완료됐다면 자동차등록원부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필요한 서류와 구체적인 처리방법은 보험회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해당 보험사에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보험계약자의 이름 하나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권리양도배서가 승인되면 이후에는 자동차를 상속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보험료 산정요소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할인·할증등급과 사고건수, 보험가입경력, 법규위반 경력 등 보험료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살펴야 하고 운전자한정특약과 연령한정특약 역시 상속인의 상황에 맞게 점검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 보험료와 차이가 발생하면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거나 환급받는 정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
보험료의 귀속도 살펴야 한다. 양도 이전 기간과 이후 기간의 보험료 정산 주체가 달라질 수 있고, 사망한 계약자에게 돌아갈 환급보험료가 있다면 실제 지급 과정에서 상속 관계를 확인하는 서류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 변경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추가·환급보험료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상속받은 자동차를 계속 보유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상속인이 차량을 계속 운행한다면 자신의 운전조건에 맞게 자동차보험을 정비해야 한다. 반면 상속 후 제3자에게 차량을 매각했다면 차량 양도에 따른 계약 정리가 필요하고, 자동차를 말소했다면 말소 사실에 따른 해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상속인이 다른 보험회사에 자동차보험을 새로 가입했다면 기존 계약과의 관계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를 상속받았다고 해서 고인의 보험조건까지 그대로 물려받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동차보험료에는 ‘차량’뿐 아니라 ‘사람’의 위험도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누구를 기명피보험자로 하는지, 그 사람에게 어떤 가입경력과 사고경력이 있는지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다.
상속인이 자동차를 계속 사용할 것인지, 처분할 것인지, 기존에 본인 명의의 자동차보험이 있는지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 후 계약의 승계와 변경, 신규가입 또는 해지 가운데 어떤 방법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보험사 기준에 따라 안내할 필요가 있다.
이제 상속인들에게 필요한 자동차보험의 인수인계와 후속 절차를 모두 안내하고 나면 필자도 그제야 고객을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다가오는 11월, 자동차보험 갱신 목록에서 더 이상 고객의 이름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한동안 낯설 것 같다. 계약은 끝나지만 사람에 대한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고객의 마지막 자동차보험 업무를 잘 마무리하는 것. 그것이 오랜 시간 고객의 보험을 관리해온 보험설계사로서 필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인사일지도 모르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은옥
메가 메가하나인슈본부 영업지원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