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부터 초년도 월납보험료의 1200% 이내로 모집수수료를 지급하는 이른바 '1200%룰(Rule)'이 법인보험대리점(GA)에 적용되면서 GA 설계사 이직 시장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거액의 선지급 정착지원금을 좇아 회사를 옮기는 이른바 '지원금 쇼핑'이 점차 사라지고, 성장할 수 있는 조직과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춘 GA를 선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시장 혼란과 우려도 있었지만, 규제가 현장에 점진적으로 안착하면서 과도한 선지급 정착지원금을 앞세운 리크루팅 경쟁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GA 영업현장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 광명지역에서 GA 지사를 운영하는 K 본부장은 "최근 이직 상담을 요청하는 설계사들의 관심사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이직 상담 시 정착지원금 액수를 먼저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관련 질문이 과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대형 GA의 리크루팅 담당 임원은 "7월 이후 설계사들이 다른 GA나 보험사로 이직할 경우 영업 환경이 설계사 자신들에게 적합한지를 살펴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직을 검토하는 설계사들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우수한 영업지원 및 전산 인프라 ▲조직문화와 동기부여 프로그램 ▲관리자의 리더십과 코칭 역량 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꼽고 있다.
조직의 성장 가능성도 설계사 이직 시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개인의 실적 향상뿐 아니라 조직과 함께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이 있는지, 승진 체계와 리더 육성 프로그램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는지 등을 살펴본 뒤 이직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 GA 영업현장의 설명이다.
GA업계는 새로운 수수료 체계인 1200%룰이 정착될수록 금전적 혜택만으로 우수 설계사를 확보하는 리크루팅 방식은 사실상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GA 간 경쟁력은 지원금 규모가 아닌 사람을 육성하는 시스템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안정적인 영업지원 체계, 공정한 승진 시스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GA업계 한 전문가는 "1200%룰 시행 이후 영업 인프라와 교육 시스템이 부족한 조직은 우수 설계사를 유치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설계사들이 선택하는 GA는 단순히 높은 지원금을 제시하는 곳이 아니라, 오래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미래 비전을 제공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보험영업의 경쟁축도 변화될 전망이다. 과거 리크루팅 경쟁이 '얼마를 먼저 지급하느냐'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어떻게 사람을 성장시키고 오래 함께할 것인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제도 정착에 여러 가지 어려움도 존재하지만 '1200%룰'은 단순한 수수료 규제를 넘어 보험설계사의 이직 문화와 GA의 조직 운영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