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에게 갑자기 전화가 온다.
“세무서에서 증여세 과세예고통지서가 왔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법인컨설턴트라면 이런 순간을 만날 수 있다. 고객은 세법 조문을 묻는 것이 아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다퉈볼 수 있는지 방향을 묻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첫 반응이다. “세무사와 상의해보셔야 합니다”라고만 답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상담은 거기서 끝난다. 반대로 본인이 세무전문가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위험하다.
법인컨설턴트는 그 사이의 역할을 잡아야 한다. 세법 판단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상황을 정리하고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리’다
과세예고통지서는 세금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과세관청이 일정한 과세논리를 세우고 통지했다는 점에서, 지금부터 대응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신호다. 실제 사례에서는 주식의 저가 양수도로 인해 증여세 과세예고통지서를 받은 상황이었다.
당황한 고객에게 첫 질문은 “얼마를 내야 합니까?”가 아니라 “어떤 거래 때문에 나온 통지서입니까?”여야 한다. 이후 주식 양도계약서, 양도세 신고서, 주식평가자료, 세무조정계산서 등 사실관계를 확인할 자료부터 정리해야 한다. 고객은 이때 느낀다. “이 사람은 적어도 무엇부터 봐야 하는지 알고 있구나.”
■ 대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증여세 과세예고통지를 받았다고 해서 대응 방향이 하나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첫째, 과세관청의 과세논리 자체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실관계가 잘못됐거나 적용한 법리가 부적절하다면 과세 자체를 다툴 수 있다. (과세논리의 적법성 검토)
둘째, 과세 자체를 뒤집기 어렵다면 추징세액을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추징세액 감소방안 검토)
고객에게 필요한 말은 “큰일 났습니다”가 아니라 “대표님, 먼저 과세논리를 검토해보고, 추징을 피하기 어렵다면 세액을 줄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지 검토해 보겠습니다”라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이 한 문장이 상담의 주도권을 만든다.
■ 협업도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법인컨설턴트가 모든 세무 검토를 직접 할 수는 없어 세무사와 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협업한다고 해서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자료를 정리하고, 쟁점을 구분해 세무사가 빠르게 검토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객은 그 사람을 사건의 조정자로 기억한다.
이런 상담은 지식보다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고객이 당황한 순간 어떤 순서로 질문하고, 어떤 자료를 요청하며, 어떤 전문가와 협업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떤 거래였습니까?”로 상황을 확인하고, “계산 근거는 받아보셨습니까?”로 문제를 짚고, “그대로 확정되면 어떤 부담이 생깁니까?”로 시사점을 열어야 한다.
이 흐름은 개인 감각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법인영업 조직이라면 세무 이슈를 발견했을 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자료를 요청하며, 어떤 전문가와 협업할지 상담 프로세스를 훈련해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고객 앞에서 단순 소개자가 아니라 문제를 정리하는 컨설턴트로 설 수 있다.
■ 사건 뒤에는 ‘구조’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과세예고통지서가 이번 세금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상장주식 거래에서 증여세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뒤에는 지분구조, 동업관계, 주식평가, 양도소득세 문제가 함께 숨어 있을 수 있다.
실제 사례에서도 처음에는 단순한 증여세 추징처럼 보였지만, 검토 과정에서 지배주주 판단과 동업자 지분율 설계까지 함께 살펴봐야 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고객은 모든 답을 아는 사람보다 혼란스러운 순간에 방향을 잡아준 사람을 오래 기억한다. 세금은 이미 나왔을 수 있다. 하지만 컨설팅은 그때부터 시작될 수 있다. 법인컨설턴트의 전문성은 바로 그 순간에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