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산업 전기화로 전력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발전설비의 고장과 장기 가동중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설비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손실 가능성을 낮추는 예방형 위험관리 서비스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재물보험사 FM이 발간한 '발전 산업의 이해: 손실 동향 및 예측 분석(Understanding Power Generation: Loss Trends and Predictive Analytics)' 보고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산업 전기화가 전력 인프라에 새로운 부담을 주는 가운데,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 중심의 위험관리 체계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AI가 키운 전력 리스크… 설비 고장·휴업손실 확대
보고서는 기계·전기 설비 고장이 발전 부문 전체 손실 사고의 70% 이상, 연간 재무적 손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위험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가스 터빈은 가장 큰 재산 손해를 일으키는 설비로 꼽혔으며, 변압기와 함께 공급망 제약으로 교체 기간이 길어지면서 휴업손실을 확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2021~2025년 발전 관련 손실 사고는 총 427건, 손실 규모는 약 37억 달러에 달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변압기와 냉각 시스템 등의 부담이 커지고, 단일 핵심 설비 의존도가 높은 발전 산업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장기간 운영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 예방 중심 리스크 관리 중요성 확대
보고서는 사고 이후 손실을 보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전 설비의 위험을 사전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예방 중심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전 설비의 상태와 운영 환경을 점검하고 유지보수와 비상계획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사고 예방과 사업 연속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설비 유지관리와 상태 모니터링, 운영 환경 점검, 작업자 교육, 안전장치 관리, 비상계획 수립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예방 중심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설비 고장과 운영 중단 위험을 줄이고 운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제시됐다.
■ AI·데이터 기반 위험 예측… 운영 안정성 제고
이 같은 예방 중심의 리스크 관리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AI와 예측분석 기술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발전시설의 운영 데이터와 현장 점검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설비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고 고장 가능성을 예측함으로써,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운영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 기반 분석은 고위험 사업장을 선별하고 우선 관리하는 데도 활용된다. 보고서는 약 6만 개 사업장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업장의 약 2%에서 전체 손실의 27%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필요성도 강조됐다. 대형 변압기는 2~3년, 가스 터빈은 최대 7년의 교체 기간이 필요한 만큼 핵심 설비의 유지관리와 예비 부품 확보 등 사전 대비가 중요 과제로 제시됐다.
스튜어트 켈러 FM 수석 엔지니어는 "FM의 경험은 선제적인 손실 예방 활동이 손실 사고의 발생 건수와 심각성을 실질적으로 낮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고객사는 운영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신뢰성과 수익성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호 FM 아시아태평양 필드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한국의 첨단 제조업과 기술 산업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선제적인 점검과 유지보수, 비상계획 수립이 회복탄력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