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27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 보건복지부는 6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연간 3조 6천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을 지역과 필수의료에 집중 투자하는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 현행 수가 체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조정이다.\n\n그동안 건강보험 수가는 혈액검사나 CT·MRI 같은 검사 분야는 과도하게 보상된 반면, 진찰·입원·중증 응급 치료 등 필수 진료는 턱없이 낮게 책정돼 왔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의료비용분석위원회가 약 6천 개 수가를 분석한 결과, 검체검사는 비용 대비 수익률이 190%, CT·MRI는 194%에 달했지만 진찰·입원·마취 등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병원들은 불필요한 검사를 늘리고 환자들은 짧은 진료에 그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n\n이번 개편의 핵심은 ‘검사 중심’에서 ‘진료 중심’으로 수가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 지역 의료를 살리고 필수의료 종사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 재정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검사 수가를 합리화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n\n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지역 우대수가’ 도입이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중 의사 의무복무 지역으로 지정된 6개 진료권(경기 의정부·남양주·이천·포천권, 인천 서북·중부권)에는 모든 수술과 처치 행위 약 2천700개에 대해 10%를 추가로 보상한다. 야간·휴일 응급 수술 시에는 10%가 더 가산된다.
또한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구에 있는 종합병원·병원·의원(약 2천249곳)에는 진찰료와 입원료를 각각 5%씩 올려 준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야간에 동맥류 절제술을 받을 경우 보상액이 기존 1천50만 원에서 1천702만 원으로 크게 오른다.
지역 우대수를 위해 연간 4천억 원이 투입된다.\n\n기본 진찰료도 20년 만에 인상된다. 동네 의원 초진은 6%, 재진은 4% 오르고, 병원급 이상은 초진과 재진 모두 2%씩 인상된다.
예를 들어 의원 초진료는 기존 1만8천840원에서 1만9천980원으로, 재진료는 1만3천370원에서 1만3천900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입원료도 10년 넘게 동결됐던 기본 수가를 일반 병실은 7%, 중환자실은 10% 올린다.
특히 충분한 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심층 진찰’과 ‘심층 상담’이 본격 도입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15분 이상 진료할 경우 기존보다 더 높은 수가(8만5천720원)가 적용되고, 내과·가정의학과·산부인과 등 일차의료 기관에서 10분 이상 상담하면 초진료의 2배를 보상한다.
진찰과 입원료 강화에 연간 1조 5천억 원이 투입된다.\n\n중증·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 보상도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종합병원 이상에서 시행하는 심뇌혈관·암·복합골절 등 난도 높은 수술·시술 1천600여 개의 수가를 20% 상향하고, 야간이나 휴일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응급 입원한 환자에게는 수술 수가를 최대 5.5배까지 올린다.
마취 분야도 전신마취 수가를 50% 인상하고, 중증 수술 동반 마취에 대한 야간·공휴 가산을 100%에서 150%로 강화한다. 이에 연간 9천억 원이 추가로 지원된다.\n\n분만과 소아 분야는 ‘걱정 없는 모자·소아 의료 환경’ 조성을 목표로 대폭 보강된다.
고위험 산모와 조산아를 치료하는 중증모자센터와 권역모자센터 중심으로 보상이 강화된다. 예를 들어 28주 미만 조산아를 중증모자센터에서 분만하면 기본 분만 수가에 약 440만 원(비수도권은 506만 원)이 가산된다.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도 최대 2.2배(비수도권 2.5배)로 높아진다. 제왕절개 수가도 300만 원 수준에서 크게 오르고, 고위험 분만 가산이 신설된다.
소아의 경우 진찰료 가산 연령이 현행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되고, 중증 수술 1천600개는 소아에게는 50% 추가 가산된다. 소아 중환자실 처치 가산도 신설돼 비수도권은 100%까지 보상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의 야간 진료 기능도 강화된다. 여기에는 연간 3천억 원이 투입된다.\n\n급성기 치료 후 회복기 의료 체계도 확립된다.
뇌졸중이나 중증 수술을 받은 환자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해 재입원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급성기 병원 중환자실에서 조기 재활을 실시하고 회복기 병원으로 연계하는 시범사업이 도입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과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도 강화돼 포괄2차병원 지원액이 연 7천억 원에서 9천억 원으로 늘어난다.
어린이 재활의료기관도 47개소에서 66개소로 확충되고, 집중 재활 대상 연령이 6세 미만에서 9세 미만으로 확대된다. 회복기 체계 확립에 연 5천억 원이 배정된다.\n\n이렇게 늘어난 재원은 과잉 검사 비용을 줄여 마련한다.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 수가는 비용 대비 수익률 190%에서 150% 수준으로 낮춰 연 1조 9천억 원을, CT·MRI는 같은 기준으로 연 7천억 원을 절감한다. 환자가 부담하는 본인부담금도 함께 줄어 전체적인 진료비 부담은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의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이 300원에서 200원으로, 복부 CT는 6만6천400원에서 5만1천600원으로 낮아진다.\n\n검체검사 위·수탁 제도도 1999년 이후 27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그동안 수탁 기관이 검사료를 할인해 주는 대가로 위탁 병원이 불필요한 검사를 많이 처방하는 구조가 문제였다.
이번 개편에서는 검체검사 수가 조정과 연동해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보상 수준을 명확히 구분하고, 검사 질 관리 강화를 위한 조건부 보상 제도를 도입한다. 위탁기관은 검사료의 25%를 기본 수가로, 수탁기관은 45%를 기본 수가로 받고, 나머지는 질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