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11일, 국민들이 직접 제안한 인구정책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내 삶을 바꾸는 인구정책·슬로건 공모전’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인구전략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새로운 인구정책의 출발을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지난 5월 1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정책 제안 1,687건과 슬로건 제안 5,842건 등 총 7,529건이 접수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위원회는 실현 가능성과 효과성 등을 기준으로 전문가 심사를 거쳐 정책 분야에서 1등 1건, 2등 2건, 3등 3건 등 총 6건을, 슬로건 분야에서는 1등 1건을 최종 선정했다. 정책 분야 최고상인 1등은 ‘치매가족 통합케어’ 아이디어가 차지했다. 이 제안은 치매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심리상담, 우울 검사, 돌봄 정보를 묶은 ‘통합케어 패키지’를 제공하자는 내용이다. 특히 노부부 중 한 명이 치매에 걸리면 배우자도 함께 검사와 상담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돌봄 부담으로 질환 위험이 높은 고위험 배우자에게는 MRI·CT 등 감별검사를 우선 연결하며 비용도 지원한다. 또 행동심리증상(BPSD) 고위험 환자에게는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주 1회 정기 방문, 상시 연락, 긴급 상황 발생 시 단기 보호 시설로 신속히 연계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2등 수상 제안 중 첫 번째는 ‘중장년 돌봄전환 마이크로자격’이다. 병원 동행, 약 수령, 장보기, 디지털 민원 보조, 등하원 동행 등 일상의 작은 돌봄 업무를 단위별로 나누고, 짧은 교육과 실습을 거치면 업무별로 소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요양보호사 같은 긴 자격증이 아니어도 중장년층이 경력을 전환해 돌봄 수요와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두 번째 2등 제안은 ‘출산 시 주거 평형 교환 및 공공 주거 이동 마일리지’다. 출산할 때 공공주택에 거주 중인 가구가 더 넓은 평형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대출 우대금리는 유지한 채 한도만 증액해 준다. 자녀 수에 따라 우대를 차등 적용해 2자녀 이상이면 이자까지 면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공임대 거주 중 출산 시에는 기존 주택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같은 단지나 권역 내 더 넓은 공가(空家)에 최우선으로 매칭하는 ‘하우스 스왑 마일리지’를 도입한다. 출산 가구가 이사할 때는 어린이집, 소아과, 학교가 갖춰진 ‘육아안심구역’을 우선 배정하고, 이사로 인한 취득세와 중개수수료를 100% 바우처로 지원한다. 소형주택(59㎡ 이하)에 입주한 후 출산하면 동일 또는 인근 단지의 중대형(84㎡ 이상) 공실에 대해 우선 전환 청약권도 부여한다.
3등 수상작 중 두 개는 주거 관련 제안이었다. ‘아이-업(Up) 주거전환제’는 자녀가 독립한 시니어 가구가 소형으로 옮기면서 나오는 물량을 활용하는 ‘단지 내 주거 순환 예비자 명부제’를 도입, 별도 주택 물량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기존 지분은 승계하고 차액은 ‘아이-업 특례대출’로 분납하며, 1자녀는 취득세 50% 감면과 금리 0.5%p 인하, 2자녀는 취득세 면제와 금리 1.0%p 인하의 혜택을 제공한다. 민간에는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준다. ‘첫집 전환보증제’는 신혼부부가 전·월세 보증금 반환일과 새 집 잔금일 사이에 발생하는 단기 자금 공백(최대 90일)을 공공이 보증해 주는 제도다. 용도는 신혼집 계약금과 잔금으로 한정하고, 기존 보증금이 반환되면 자동으로 상환되도록 설계해 장기 대출화를 막았다. 고금리 신용대출이나 가족 차입 없이 결혼 진입을 지원하며, 기존 금융·보증 인프라를 활용해 재정 부담을 낮춘 점이 장점이다. 나머지 3등 제안인 ‘대학연계형 로컬크레딧 학점교환제’는 수도권 대학의 문화·예술·디자인·엔터 학과와 인구감소지역을 1:1로 매칭해 학생이 한 학기 동안 해당 지역에 상주하며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정규 15학점과 경력 인증을 주는 내용이다. 폐교나 빈집을 ‘로컬 캠퍼스 기숙사’로 제공하고, 지역 축제 리브랜딩, 특산물 브랜딩, 홍보 숏폼 제작 등 전공에 맞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보조금이 아닌 학점과 취업용 포트폴리오를 보상으로 설계해 우수 청년이 자발적으로 장기 체류하도록 유도한다.
슬로건 분야 1등은 “우리아이 웃음소리, 우리가족 잇는소리”로, 아이의 웃음으로 가족의 행복이 이어지고 커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공모전에는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불편을 토대로 한 생활밀착형 제안이 많았다. 접수된 정책 제안을 분야별로 보면 저출생 대응이 1,028건(61%)으로 가장 많았고, 고령화 대응 334건(19.8%), 인구감소사회 대응 325건(19%) 순이었다. 단일 주제로는 ‘양육·돌봄·일·생활 균형’ 분야가 416건으로 가장 많았고 ‘결혼·출산지원’, ‘지역소멸대응’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결혼과 출산이 가능한 사회, 아이를 함께 키우는 환경’에 대한 국민적 바람을 보여준다. 특히 정책 1등 제안자는 부모의 치매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황혼 육아를 하고 있다고 밝힌 한 제안자는 일부 지역에서 제공하는 ‘조부모 돌봄수당’을 전국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제안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한 실효성 있는 제안들이 많았다”며 “우수한 제안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정책으로 구체화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위원회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 공개되며, 장려상과 참가상은 개별 통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