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월부터 금융회사가 개인 연체채권을 ‘못 받을 빚’으로 처리해 세제혜택을 받은 뒤에도 소멸시효를 연장해 빚 독촉을 이어가는 관행이 제한된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을 사전예고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회사가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에 대해 세법상 손실 인정인 ‘대손인정’을 받으려면 최초 소멸시효(연체 5년 이후)가 도래할 때 해당 채권의 시효를 완성하도록 조건을 붙이는 것이다.
현행 세법상 ‘못 받게 된 빚’은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등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정돼야 손실로 인정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금융회사는 예외적으로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뒤 금융감독원에 대손인정을 신청해 승인받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이라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경우 이미 ‘못 받을 빚’으로 분류해 세제혜택을 받은 뒤에도 소멸시효를 연장해 장기간 빚 독촉과 회수를 이어가는 일이 가능했다.
이번 개정안은 상각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최초 소멸시효가 돌아올 때 시효를 완성하는 조건으로 대손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금융회사의 반복적·기계적인 시효연장을 막고, 연체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적용 대상은 금융권 건전성 관리 부담을 고려해 보험사와 은행은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회사는 3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으로 정했다. 이는 계좌 수 기준 전체 채권의 90%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로, 적용 대상은 제도 운영 경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채무자가 은닉한 재산이 발견되거나 파산·회생절차 등 법상 불가피하게 시효가 중단되는 경우,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대손인정 이후에도 소멸시효 연장을 허용한다.
시효완성을 조건으로 대손인정에 따른 세제혜택을 받은 채권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채권 매각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완성 의무를 명시하고, 양수인이 해당 의무를 이행했는지에 대한 점검과 보고도 의무화한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오는 7월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도 개정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새도약기금 등 연체 채무자 보호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새도약기금은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연체된 개인무담보 채권을 매입해 소각 또는 채무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74만8000명, 9조1000억원 규모의 채권 인수를 완료했고 이 가운데 20만명, 1조8000억원 규모 채권을 소각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새도약기금의 채권 매입과 소각을 이어가는 한편, 개인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병행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 채권매각 주요 내용, 시효완성 실적에 대한 보고·공시시스템을 마련한다. 현재 업계 협의를 거쳐 보고 양식과 공시 표준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실적부터 공시할 예정이다.
채권매각 규율도 강화해, 반복적인 채권매각에 따른 추심 강화와 신용평점 하락 등 채무자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7월 중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시행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 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채권의 매각을 제한하는 ‘개인채무자보호법 감독규정’ 개정안도 7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소멸시효 관리와 관련해서는 업권별 ‘소멸시효 관리 모범규준’을 8월 중 개정한다. 금융회사가 내부 기준에 따라 시효연장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시효를 완성하기로 한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시효완성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소멸시효를 연장하더라도 3년이 지나면 재심사하는 절차도 신설한다.
금융위는 세칙 개정안을 지난 11일부터 오는 7월 21일까지 사전예고한 후, 7월 중 개정을 완료하고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세제혜택을 받은 뒤에도 시효를 계속 연장해 빚 독촉을 이어가는 기존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며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 중 다른 후속 과제도 조속히 추진해 정책효과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