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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본권, 시혜 아닌 국민의 권리”… 법제화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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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겸 서민금융진흥원장이 금융을 소비자 보호나 서민 지원을 넘어 국민이 차별 없이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회와 함께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 금융기본권 연구단 출범, ‘5대 권리’ 입법 체계 정립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제2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와 ‘금융기본권 연구단’ 출범식이 열렸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덕·정태호·김현정·김남희·안도걸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신용회복위원회가 주관했다.

지난 4월 27일 열린 1차 토론회가 금융기본권의 헌법적 가치와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자리였다면, 이날 토론회에서는 구체적인 제도화와 입법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민병덕 의원은 축사에서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안은 비정한 공급자 중심의 금융시장에서 고통받는 서민들을 구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실천적 무기가 될 것”이라며 “제정법을 통해 민생금융을 시혜성 정책에서 ‘헌법상 청구권’의 지위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다.

김은경 원장은 기념사에서 “금융이 일상의 필수재가 된 현대 사회에서, 금융은 시혜적인 ‘보호’의 대상을 넘어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며 “오늘 출범하는 ‘금융기본권 연구단’은 국민의 금융기본권 5대 권리를 구체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입법 체계를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토론회에 앞서 ‘금융기본권 연구단’ 출범식이 진행됐다. 연구단은 학계와 연구기관, 현장 전문가로 구성돼 금융의 접근권·생존권·자립권·재기권·자산형성권까지 금융기본권 5대 권리를 구체화하고 입법 체계를 정립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단은 연구, 데이터 분석, 정책기획, 대외협력 등 4개 분과로 편성됐다.

■ 4대 기초금융 기반 금융기본권 구현… “동등한 권리에서 누리는 금융” 강조

김 원장은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 추진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금융기본권을 ‘모든 국민이 금융서비스에 차별 없이 접근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공정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 규정했다. 또한 금융기본권은 새롭게 창설되는 권리가 아니라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권, 공공복리 원칙에 내재된 권리라고 설명했다.

금융기본권의 법제화 논거로는 금융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금융회사가 인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기관인 만큼 일반 주식회사와 달리 사회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해외 사례로는 기본 결제계좌 개설권을 법제화한 유럽연합(EU)의 ‘결제계정지침(Payment Accounts Directive, PAD)’, 공공보증 기반 위험 분담 구조를 갖춘 독일의 ‘마이크로크레디트펀드(Mikrokreditfonds)’ 등을 언급했다. 김 원장은 “각국 사례는 권리 선언에 그치지 않고 기본 계좌, 소액금융 등 제도적 보장으로 구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대 권리를 구현하기 위한 기둥으로는 ‘4대 기초금융’을 제시했다. 4대 기초금융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7대 급여에 대응하는 금융 영역의 법정 체계로 ▲기초상담·채무조정 ▲기초보험 ▲기초대출 ▲기초저축으로 구성된다.

우선 채무자의 재무 상태를 진단하고 고용·복지 상담을 연계한 뒤 공공 실손의료보험 등을 도입해 의료·건강 리스크를 보완하고, 저금리 장기 대출과 우대 저축을 통해 채무자의 재기와 자산형성까지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초금융은 시행 초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 국민으로 확대 시행하는 이중 구조로 설계됐다. 김 원장은 “가용소득의 상당 부분이 부채 상환에 묶인 취약계층은 대출 확대에 앞서 채무 정리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4대 기초금융은 기초상담·채무조정을 시작으로 자립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초금융 전담기구는 민간 재원을 기본으로, 정부 재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원 조달과 관련해서는 “저신용자를 배제하는 금융 구조에서 발생하는 반사적 이익을 금융기본권 보장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금융투자 업체, 가상자산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게 하는 가상자산 업체까지 포함하면 재원을 마련해 무자본 특수법인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포용금융’이라는 용어의 수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원장은 “포용금융 단어 자체에는 지원 주체와 대상이 상하 관계로 나뉘는 구조가 내포돼 있다”며 “동등한 권리에서 금융을 누릴 수 있는 의미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서민금융’보다 ‘민생금융’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 “국민기초금융보장법 발의는 8월 목표”

정책토론회 이후 브리핑에서 김 원장은 국민기초금융보장법 발의 시점에 대해 “6월 이후 새로운 상임위원회가 생기는 때를 기준으로 8월쯤 예정하고 있다”며 “법안의 전체적인 골격은 잡혔으며, 민병덕 의원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재원은 금융회사, 금융투자업권, 가상자산업권 등의 출연을 통해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은행이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취급하면서 저신용자를 배제해 얻은 반사적 이익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논거를 만들겠다”며 “강제 징수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법률적 근거를 바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서는 일부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다수를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 본 위기 사례를 예로 들며 “(대출 사례가)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추가 연구로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 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기능적 통합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현재 같은 센터 안에서도 채무조정과 정책자금 상담이 분절돼 있다”며 “당장 조직 통합을 내세우기보다 기능적 통합이 중요하며, 조직 통합은 구성원 동의를 바탕으로 차분히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 발제에서는 석희정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이 ‘경기도 사례로 본 금융기본권의 실현’을 주제로 재단의 극저신용대출 실행 경험과 ‘선상담 후지원’ 전달체계 등 현장에서 도출된 시사점을 공유했다. 한재준 인하대학교 교수는 ‘금융기본권 관점에서 본 채무조정 등 채무자 재기지원방안’을 주제로 취약채무자 직권면책절차(Vulnerable Debtor Discharge, VDD) 신설, 생계비 인정 기준의 비례적 재설계, 복합 지원 체계 구축 등을 제언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임정하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유경원 상명대학교 교수, 윤영미 소비자와함께 대표, 김미선 롤링주빌리 본부장이 참여해 금융기본권의 구체적 제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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