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가정용 난방기기 제조업체인 ㈜경동나비엔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적발하고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경동나비엔이 부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하도급법에 따른 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경동나비엔은 보일러 등 가정용 난방 기기 분야에서 국내 1위 사업자로, 지난해 매출액이 약 1조 2469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이 회사는 2021년 6월 17일부터 지난해 6월 14일까지 3년 동안 98개 협력업체(수급사업자)에 점화트랜스, 난방공급관, 온도센서, 온도퓨즈 등 난방기기 부품 제조를 맡기면서 총 436건의 단가합의서에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빠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단가합의서는 하도급 거래에서 납품 단가를 명시한 핵심 문서다.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을 위탁할 경우 반드시 양쪽 당사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포함된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계약 내용이 불분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수급사업자의 불이익을 막고, 추후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명확한 증거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경동나비엔은 단가합의서 하단 서명란에 직인을 누락하거나, 회사 대표성이 없는 실무자가 본인 이름을 적어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단가합의서는 양식 자체에 수급사업자의 서명란만 있고 원사업자의 서명란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가 마련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지침은 양 당사자의 기명날인이 없는 서면을 발급한 경우를 서면 미발급으로 간주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불완전한 서면을 발급해 온 행태를 적발하고 제재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사업자에게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는 경동나비엔이 반복적으로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누락한 점을 고려해 재발 방지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5200만 원을 부과했다.
다만 공정위는 현행법상 과징금 상한이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비해 낮아 제재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정액 과징금 부과 기준 금액을 상향하고 부과 기준을 합리화하는 내용의 과징금 제도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20일까지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기준에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의 부과 기준율은 60%에서 80%였지만 앞으로는 90%에서 100%로 높아지고, 부과 기준 금액도 9억~20억 원에서 18억~2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중대한 위반행위'는 부과 기준율이 40%~60%에서 75%~90%로, 금액은 2억~9억 원에서 15억~18억 원으로 각각 오른다.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와 '경미한 위반행위'도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공정위는 앞으로 서명 누락 등 서면 미발급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위반 행위의 정도에 걸맞은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통해 법 위반 억지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