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보험
보험을 이해하는 뉴스와 정보
한국보험신문

[기자의 눈] 소비자 보호와 민원 관리

주옥진 기자
주옥진 기자

보험증권은 평소 서랍 한편에 놓여 있다. 매달 보험료가 빠져나갈 때 잠시 떠올리지만, 그 안의 문장을 자세히 읽는 날은 대개 몸이 아프거나 사고를 겪은 뒤다. 가입할 때는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보장이 어느 순간 당장 필요한 순간으로 올 때가 있다.

보험금이 소비자에게 닿기까지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진단서를 제출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보험사는 약관과 지급 기준을 살핀다. 소비자는 가입 당시 들었던 보장을 떠올리며 병원비와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하고, 문제가 생기면 신경이 쓰이게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금융민원 접수 건수는 7만897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5% 증가했다. 보험 민원은 3만9963건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처리된 분쟁민원에서 보험의 비중은 89%에 달했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민원 증가도 두드러졌다. 생명보험사의 보험금 산정·지급 관련 민원은 77.2% 늘었다. 손해보험사에서는 보험금 산정·지급 민원이 29.9%, 보상 책임 유무를 판단하는 면부책 결정 관련 민원이 78.9% 증가했다.

숫자만으로 보험사의 잘못을 단정할 수는 없다. 분쟁 처리 실적에는 당국이 민원에 적극 대응한 결과도 반영돼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감독 강화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상반기 민원이 일시적으로 증가했고, 7~8월에는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보험사의 민원 관리에도 고민이 쌓이고 있다. 억울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아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반복적인 항의나 무리한 보상 요구에 대응하는 어려움도 이야기한다.

과거에 만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원으로 간병인보험의 보험금 청구 사례를 들려줬다. 약관상 지급이 어려운 내용으로 안내했지만, 병원에서는 그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해 업무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동차사고로 입원한 뒤 보험금을 받은 한 고객은 보장금액만큼 지급됐지만 예상보다 금액이 적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금감원에도 신고하겠다는 뜻을 전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단순 민원부터 반복 민원까지 다양한 민원들이 보험업계에 발생하고 있는 지금,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와 불편사항을 감독·검사업무에 반영하고 금융사의 신속하고 공정한 민원 처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검토 시간을 줄이고 처리 품질을 높이는 자동화 포털도 구축할 계획도 전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사들은 민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빠른 처리 속도도 중요하지만 민원을 줄이기 위해 민원이 생기는 과정을 돌아보아야 한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면 현장에서는 본인의 보험을 모른 채 가입하는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가입 단계에서 보장 범위와 지급 제한 조건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보험사 청구 과정에서는 약관상 지급 요건과 심사에 필요한 확인 사항을 명확히 알리고, 절차가 달라졌다면 그 이유를 안내해야 한다.

민원 관리의 목표가 단순히 숫자를 낮추는 데 머무르는게 아니라 보험이 진짜 필요한 순간에 보험증권을 꺼낸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또는 이해할 수 있는 답을 얻을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가 보호 받을 수 있는 민원 관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0

기사 출처

한국보험신문 콘텐츠 협력 원문 보존 원문 확인

짧은 기사·만평·칼럼·인터뷰·팩트체크 등 원문 형식과 판정을 보호하기 위해 내용을 보존했습니다. 출처와 세부 맥락은 원문을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