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래핑 제한에 비대면 금융업무 차질 우려… 금융위 "대응방안 마련"
금융권에서 비대면 대출이나 계좌 개설 등에 활용해 온 '스크래핑(Scraping)'이 제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협회, 금융회사,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스크래핑 차단 관련 금융권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과 대법원의 스크래핑 계획이 금융권과 금융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1일 출입기자단 설명회에서 오는 20일부터 공공시스템 운영기관 등에 개인정보 본인전송요구권을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본인전송요구권이 시행되면 기업은 공공기관과 정보 범위와 접근 방식, 보안조치 등을 사전에 협의한 뒤 개인정보를 스크래핑할 수 있다. 반면 현재처럼 별도 협의 없이 이용자의 인증정보로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보를 가져오는 방식은 제한된다.
스크래핑은 인터넷 화면에 표시된 증명서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금융회사들은 소비자가 각종 행정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 금융거래 과정에서 이 방식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해 미성년 자녀 명의의 통장 개설, 상속인 조회 과정에서 가족관계 등을 확인할 때 소비자의 동의를 받아 대법원 시스템의 정보를 스크래핑 방식으로 확인하고 있다.
스크래핑이 제한되면 금융회사가 온라인에서 확인하던 가족관계 등 각종 증빙자료를 소비자가 직접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비대면 금융업무 처리시간이 길어지고 고객의 서류 제출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우려다.
특히 오프라인 영업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스크래핑 차단에 따른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은 스크래핑이 제한될 경우 비대면 업무 전반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도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등의 정책금융 지원 자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스크래핑을 활용하고 있다. 스크래핑이 곧바로 차단되면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지원 과정에서 자격 확인이 지연돼 서민·취약계층의 정책금융 이용에도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개인정보를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고 전송하기 위해 스크래핑 이용을 제한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비대면 금융거래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대체수단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채 제한할 경우 소비자 불편과 금융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공공 마이데이터 등 스크래핑을 대체할 정보 연계수단을 마련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아울러 금융회사들이 현재 운영 중인 스크래핑 보안체계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참석 금융회사들은 정보 수집부터 전송·보관까지 전 과정에 적용되는 접근통제와 정보보호 관리체계 등을 공유하고, 스크래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위험을 줄이기 위한 내부통제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스크래핑 제한으로 인해 국민의 불편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금융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