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과 빈곤에 시달리는 중남미 과테말라에 한국의 농업기술이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22년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코피아) 과테말라 사무소를 열고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해 왔다.
그 결과, 실증마을에서 감자와 프리홀(강낭콩의 일종) 생산성이 각각 20%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과테말라 동부 건조회랑은 연평균 강수량이 500mm도 채 되지 않아 매우 건조하다. 강수 변동이 크고 관개용수 확보도 어려워 소규모 농가의 작물 생산이 불안정하다.
전체 인구(약 1,897만 명)의 절반 이상(56%)이 빈곤에 시달리고, 농촌지역 빈곤율은 70%를 웃돈다.
코피아 과테말라 사무소는 가뭄에 견디는 힘을 높이기 위해 채소 농가에 육묘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기존에는 씨앗을 직접 심는 전통적인 재배 방식이었지만, 육묘판에서 싹을 틔운 모종을 옮겨 심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과테말라주 아마티틀란 농촌지도소에는 연간 12만 주의 채소 모종을 생산할 수 있는 공정육묘장(8×20m 규모)이 조성됐고, 300농가에 무상 공급 중이다. 또한 마을 자체적으로 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소형 비가림 육묘온실(2.5×5m) 140곳도 설치해 자가 육묘 보급체계를 구축했다.
아마티틀란시 도스세로스 실증마을의 이멜다 힐리바스 씨는 “예전에는 오이와 토마토를 씨앗을 직접 뿌려 심었지만, 육묘 방식으로 바꾼 후 수확량이 2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감자 재배에도 한국 기술이 적용됐다. 과테말라에서 감자는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3kg에 달하는 주요 식량작물이지만, 재배 기술과 우량 씨감자 공급 기반이 부족해 생산성이 낮았다.
코피아 사무소는 15개 감자 실증마을에 두둑을 비닐로 덮고 씨감자를 심는 비닐 멀칭 재배 기술을 보급했다. 이 기술은 잡초 발생을 줄이고 토양 수분을 유지해 건조한 지역에서 감자 생육을 안정시킨다.
할라파시 수키나이 실증마을의 엘리사벳 크루스 씨는 “멀칭을 하면 잡초 발생을 막고 토양 수분을 유지할 수 있어 건조한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농법”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우량 씨감자를 장기 보관할 수 있는 한국형 반지하 저장고를 10곳에 설치했고, 과테말라 농업과학기술청(ICTA)에는 무병 씨감자 생산을 위한 조직배양실 현대화와 수경재배온실·저온저장고 등 시설 확충을 지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실증마을의 감자 생산성은 1헥타르당 11.6톤에서 14.1톤으로 21.9% 늘었다.
프리홀(강낭콩)은 과테말라 주민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가뭄과 꽃총채벌레 피해, 손 파종의 노동력 부담이 문제였다. 코피아 사무소는 18개 프리홀 실증마을에 꽃총채벌레 방제 기술을 전수했다.
청색에 유인되는 특성을 활용한 청색 끈끈이 트랩을 설치하자 피해 규모가 약 70% 줄어들었다. 산타카탈리나미타시 엘로블라르 실증마을의 암브로시오 곤살레스 씨는 “과거에는 꽃총채벌레로 인한 피해가 많았지만, 트랩 도입 후 해충 밀도가 크게 줄고 방제 횟수는 줄고 생산량은 크게 향상됐다”고 전했다.
파종기 보급으로 노동력 부담도 덜었다. 10명의 작업자가 0.7헥타르를 손 파종으로 8시간 걸리던 작업을 파종기 사용 시 작업자 1명이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실증마을 프리홀 생산성은 1헥타르당 1.01톤에서 1.22톤으로 20.3% 증대됐다.
가뭄 피해가 큰 15개 마을에는 소형 집수시설과 관수 장치도 설치됐다. 특정 시기에 비가 집중되고 경사지가 많은 현지 여건을 고려해,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53㎥(지름 6.5m×높이 1.6m) 규모의 집수시설과 관수용 호스·스프링클러를 함께 지원했다.
과테말라 가브리엘라 토바르 청장은 “코피아 사무소와의 협력을 통해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하고 식량 안보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향후 타국으로의 수출길을 열어 각 가정의 경제적 자립과 소득 증대까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