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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은 파수꾼, 4대 금융지주 이사회의 ‘침묵’

눈감은 파수꾼, 4대 금융지주 이사회의 ‘침묵’

눈감은 파수꾼, 4대 금융지주 이사회의 ‘침묵’

금융당국이 올 초부터 예고해 온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반년 가까이 미뤄지는 사이, 이른바 ‘이너서클(Inner Circle)’ 논란을 낳은 최고경영자(CEO) 연임 구도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공개 비판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제도 개선 공백 속에서 사외이사의 경영 견제 기능 부실과 현직 CEO 중심의 견고한 지배 체제는 요지부동(搖之不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이 서로의 연임과 지위를 보장해 주는 폐쇄적 운영 구조가 장기간 고착화하면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특정 집단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 이사회 안건 가결률 사실상 100%

4대 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2025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사외이사회의 무력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년간 4대 금융지주 이사회의 전체 안건 가결률은 사실상 100%에 달했고, 합산 반대표는 단 1표에 그쳤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독단을 감시하고 견제하기보다 사실상 안건 추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교수 중심이었던 사외이사 구조가 올해 금융·법률 실무 전문가 중심으로 일부 재편됐지만, 경영진이 제공하는 제한적 정보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여전히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 당국 압박에도 사외이사 판도는 ‘요지부동’

올해 초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2명 중 23명이 임기 만료를 맞았으나, 실제 교체된 인원은 6명에 불과했다. 금융지주별 교체 규모는 KB금융 1명, 신한금융 2명, 하나금융 1명, 우리금융 2명에 그쳤다. 결국 회장 연임 구도를 뒷받침하는 이사회 구조 자체는 거의 유지됐다는 평가다.

실제 금융감독원 현장점검에서는 하나금융이 회장 연임 절차 개시 직전 이사 재임 가능 연령 규정을 현직 회장에게 유리하게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고, 신한금융 등에서도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편법으로 우회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점검이 있었다고 해서 당장 뭔가 바뀌길 기대하기는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제도 공백 속에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은 이미 확정됐다.

■ 개선안 발표 지연… 법제화 논의도 표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실효성 있는 거버넌스 혁신안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16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3월까지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으나, 차일피일 늦어지며 오는 7월 발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 CEO의 연임을 1회만 허용해 총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 의무화, 임원 후보 추천 시 사외이사 전원 서명제 도입 등이 담길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가 이어졌지만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각각 CEO 연임 특별결의 의무화, 대표이사 임기 최대 6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개선안 발표가 지연되는 사이 주요 지주의 회장 연임은 이미 굳어졌고, 법 개정 논의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 공백이 길어질수록 ‘부패한 이너서클’ 해소는 선언으로만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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