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지주 이사회 '거수기' 전락…CEO 연임 독주에 경영 견제 무력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이 반년째 표류하면서 대형 금융사의 경영 감시 체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사실상 사전 승인하는 '도장 찍기'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2025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체 안건 가결률은 100%에 육박했으며, 반대표는 단 1표에 불과했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이 제출한 안건을 사실상 그대로 통과시키는 '추인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초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2명 중 23명이 임기 만료를 맞았지만 실제 교체된 인원은 6명에 그쳤다. KB금융 1명, 신한금융 2명, 하나금융 1명, 우리금융 2명만이 새 인물로 바뀌었을 뿐, 나머지 기존 이사들은 자리를 유지했다. 교수 출신 위주였던 사외이사 구성이 최근 금융·법률 실무 전문가로 일부 재편됐지만, 경영진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구조 자체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현장점검에서는 하나금융이 회장 연임 절차를 앞두고 이사 재임 가능 연령 규정을 현직 회장에게 유리하게 변경한 사실이 적발됐다. 신한금융 등 다른 지주에서도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우회하는 편법 사례가 확인되면서 제도 개선의 시급성이 입증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만히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월까지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발표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7월께나 개선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가 검토 중인 방안에는 CEO 연임을 1회로 제한해 총 임기를 최대 6년으로 묶는 내용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명문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방안과 후보 추천 시 사외이사 전원 서명제 도입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됐으나 논의는 사실상 정체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각각 CEO 연임 특별결의 의무화와 대표이사 임기 제한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본격적인 심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제도 개선이 지연되는 사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이 이미 확정된 점을 들어, '부패한 이너서클' 해소가 공허한 선언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