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료 할인·납입유예, 보험계약대출 이자 부담 경감, 사회공헌 등을 묶은 5년간 2조원 규모의 계획이다. 질병·사고·재해·기후위험 앞에서 취약가구와 소상공인의 삶이 무너지는 일을 막겠다는 방향이다.
이는 보험업권에 주어진 과제이자 보험의 역할을 다시 묻는 전환점이다. 관건은 취약고객 지원의 규모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보험회사가 보장 격차를 발견하고, 상품·채널·보상·데이터의 설계를 바꿔 이를 지속가능한 고객 관계와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있다. 가입·유지·청구의 전 과정에서 취약고객이 실제 보장을 받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것이 보험산업의 다음 시장을 여는 출발점이다.
보험 사각지대가 곧바로 수익시장은 아니다. 고령층, 플랫폼 노동자, 경력단절자, 영세 자영업자, 기후위험 노동자와 디지털 금융 소외층은 각기 다른 위험과 비용 구조를 가진다.
기존 표준상품과 획일적 판매방식으로 보면 보험회사의 부담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상품을 단순화하고 플랫폼·고용주·지자체·지역조직과 저비용 유통망을 만들며 예방서비스와 신속한 지급을 결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험료를 많이 받기보다 더 많은 사람이 부담 가능한 가격으로 오래 유지하고 다시 선택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포용금융은 고위험 고객에게 비싼 보험을 파는 일이 아니라, 미처 포착하지 못한 생활위험을 읽고 위험을 나누며 새로운 고객 기반과 신뢰를 만드는 전략이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의 ‘컨슈머 듀티(Consumer Duty)’는 금융회사에 상품·서비스의 적합성, 가격 대비 가치, 소비자 이해, 소비자 지원이라는 네 가지 고객 결과를 관리하도록 요구한다. 단순히 약관을 교부했는지가 아니라 고객이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았는지를 본다.
세계은행과 제네바협회 연구도 보험이 가계의 충격 회복력, 기업의 생존·생산성,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으며, 포용보험은 단순화·맞춤화된 상품, 적절한 유통망, 데이터 활용, 신뢰할 만한 지급 경험이 함께할 때 지속 가능해진다고 분석한다. 소비자의 이해·유지·청구 경험이 보험의 신뢰와 장기적 시장 접근성을 넓힌다는 뜻이다.
포용금융을 위한 보험회사별 실천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상품위원회는 보험료·면책·갱신 조건이 특정 고객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지 점검하는 ‘포용성 영향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설계사·GA·플랫폼 보상은 판매액뿐 아니라 유지율, 민원, 불완전판매 예방, 취약고객 보호 성과를 반영해야 한다. 데이터는 적법한 근거 아래 연체·실효·미청구 위험을 조기에 발견해 납입유예, 보장조정, 지정대리청구인 안내, 상담으로 연결하는 장치가 돼야 한다.
이사회와 CEO도 보험사각지대 감소, 계약유지율, 청구 절차의 접근성·처리기간, 정당한 청구의 지급 적정성, 취약고객 민원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포용금융은 이제 별도의 지원사업이 아니라, 보험회사가 어떤 위험을 읽고 어떤 고객을 만나며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축적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경영전략이 돼야 한다.
보험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감당할 수 있는 보험료와 이해할 수 있는 상품을 설계하고, 계약이 흔들릴 때 먼저 지원하며, 사고 뒤에는 청구를 돕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이는 소비자보호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라 상품개발·판매채널·데이터·보상·디지털·이사회가 함께 책임질 경영전략이다.
쉽게 가입시키고 어렵게 지급하는 보험은 단기 실적을 남겨도 신뢰와 미래 고객을 잃는다. 반대로 생활위험을 정확히 읽고 실제 보장을 받게 하는 회사는 새로운 고객 기반과 장기 관계를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