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국이 지급결제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시키는 가운데 보험산업에서도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도 정비와 보험사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25일 조영현 연구위원이 작성한 ‘스테이블코인과 보험산업 과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과 보험업계 및 금융당국의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조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의 가치 안정성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자산으로 정의했다. 유통량에 상응하는 안전자산을 담보로 1대1 가치 고정을 유지하는 구조여서 실물경제에서 지급결제 수단과 회계 단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스마트컨트랙트(Smart contract)와 결합하면 계약 조건 충족 여부를 자동으로 판단해 보험금 지급까지 자동화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의 조합 가능한 구조를 활용하면 보험을 대출·결제·투자 등 다른 금융서비스와 연계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에이온(Aon)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보험료 결제 개념증명(PoC)을 진행했고, 에테리스크(Etherisc)와 아르볼(Arbol)은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한 지수형 보험을 통해 보험금 청구와 지급 자동화를 실험했다. 넥서스 뮤추얼(Nexus Mutual)은 보험료와 보험금 지급뿐 아니라 자본 조달과 리스크 인수에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모델을 선보였다. 다만 대부분 사례는 아직 개념검증이나 소규모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국내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거래 수준의 인프라 검증을 진행중이나 보험업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은행권이 실거래 수준의 발행·정산 인프라를 검증하고, 카드업권이 가맹점 결제망 연계를 추진하는 것과 달리 보험업계는 교보생명이 토큰화 국채 정산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검증을 진행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위해서는 제도적 과제가 남아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료와 보험금 지급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명확히 법적 지위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보험사의 자산운용 규제와 지급여력제도(K-CIS·킥스) 역시 가상자산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 또한 스마트컨트랙트에 따른 보험금 자동 지급이 보험업법상 적법한 절차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조 연구위원은 감독당국은 보험업법상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허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킥스 개선과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보험금 지급의 법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험사에는 단계적 대응 전략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지수형 보험과 토큰화 자산 정산 등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법제화 진전에 맞춰 결제수단 다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는 기술과 운영, 거버넌스 역량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분야”라며 “보험사도 규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술적 역량과 내부 전문성을 단계적으로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