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6년 세계경쟁력연감에서 우리나라가 70개 평가 대상국 가운데 2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27위에서 6계단 오른 수치로, 역대 최고 순위였던 2024년의 20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 클럽' 7개국 중에서는 미국(10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IMD 평가는 통계자료(170개 항목)와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92개 항목)를 종합해 4대 분야(경제성과, 정부효율성, 기업효율성, 인프라)와 20개 부문, 총 262개 세부 지표로 국가경쟁력을 측정한다. 올해 평가는 2025년 기준 통계와 2026년 3~5월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했으며, 신규로 베트남이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4대 분야별로 보면 기업효율성이 44위에서 34위로 10계단 상승해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고, 인프라는 21위에서 15위로 6계단 올랐다. 정부효율성은 31위로 전년과 같았으며, 경제성과는 11위에서 14위로 3계단 하락했다. 기업효율성과 인프라는 통계지표보다 설문조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기업 현장의 체감도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경제성과 분야는 국제무역과 국제투자 부문에서 순위가 상승했으나 국내경제, 고용, 물가 부문의 하락이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국내경제 부문의 경우 경제의 탄력성에 대한 설문 평가는 34위에서 16위로 크게 올랐지만,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4위에서 53위로 떨어지고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도 45위에서 62위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국제무역은 상품수출 증가율이 10위에서 51위로 급락했으나 교역조건 지수가 개선되면서 전체 순위는 34위에서 33위로 한 계단 올랐다. 고용 부문은 취업자 수 증가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실업률 순위가 9위에서 10위로 하락했고, 물가 부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식료품비 상승률이 모두 둔화됐지만 순위는 오히려 30위에서 40위로 10계단 떨어졌다.
정부효율성 분야는 전체 순위 변동이 없었지만 부문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조세정책 부문은 30위에서 22위로 8계단 상승했고, 제도여건도 24위에서 21위로 3계단, 사회여건은 36위에서 30위로 6계단 올랐다. 반면 기업여건 부문은 50위에서 53위로 3계단 하락했다. 재정 부문은 공공재정관리 효율성과 연금 자금조달 평가가 개선됐지만 일반정부 부채 증가율 순위가 하락하면서 21위에서 22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조세정책 부문의 상승은 개인소득세가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정도에 대한 설문 평가와 조세수입(국내총생산 대비 부담이 낮을수록 유리) 순위가 개선된 덕분이다. 제도여건에서는 정부 정책의 적응성과 투명성이 크게 좋아졌고, 관료주의가 사업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도 소폭 개선됐다. 사회여건에서는 정치적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줄고 남녀 실업률 격차가 축소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업효율성 분야는 10계단 상승하며 전체 순위 상승을 주도했다. 생산성·효율성 부문이 45위에서 34위로 11계단, 노동시장 부문이 53위에서 45위로 8계단, 태도·가치관 부문이 33위에서 18위로 15계단 올랐다. 금융 부문과 경영관행 부문도 각각 4계단, 6계단 상승했다. 생산성·효율성에서는 근로생산성과 대기업 경쟁력에 대한 설문 평가가 개선됐고, 기업의 인공지능(AI) 도입 정도를 묻는 신규 지표에서 12위를 기록했다. 노동시장에서는 경제활동참가율이 소폭 상승하고 외국인 고숙련자 확보와 인재 유치·유지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다. 금융 부문은 코스피 지수가 전년 말 2399포인트에서 4214포인트로 급등하면서 주식시장 지수 순위가 41위에서 17위로 뛰어올랐고, 주식시장 자금 공급과 은행·금융서비스 지원 평가도 개선됐다. 태도·가치관 부문에서는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가 24위에서 7위로 크게 상승한 점이 두드러졌다.
인프라 분야는 6계단 상승해 15위를 기록했다. 기본인프라(35위→28위), 기술인프라(39위→27위), 보건·환경(32위→29위), 교육(27위→21위) 등 4개 부문이 모두 상승했고, 과학인프라는 2위를 유지했다. 기술인프라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벤처 파트너십에 대한 평가가 59위에서 35위로 크게 개선됐고, AI 기술 및 규제 관련 신규 지표도 호평을 받았다. 과학인프라는 연구개발(R&D) 투자에서 강세를 보여 국내총생산 대비 총 R&D 비중과 기업 R&D 비중 모두 1위를 지켰다. 보건·환경 부문은 환경 관련 법규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 정도에 대한 평가가 45위에서 21위로 올랐고, 보건인프라의 사회적 필요 충족도도 개선됐다. 교육 부문은 국내총생산 대비 공교육비 지출 순위가 36위에서 14위로 크게 상승했고, 초중등 및 대학교육에 대한 설문 평가도 다소 나아졌다.
이번 평가는 우리 경제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기업 환경과 인프라 측면에서 꾸준히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업효율성 분야의 대폭적인 순위 상승은 생산성, 노동시장, 금융 등 전 부문에서 고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다만 경제성과 분야의 하락은 내수 부진과 물가 불안 등 당면한 경제 과제를 반영한 결과여서, 앞으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