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손보험 적자 1.87조원… 도수치료·비급여주사제에 손실 확대

실손보험 적자 1.87조원… 도수치료·비급여주사제에 손실 확대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적자폭이 확대됐다. 보험료 수익이 늘었지만 도수치료와 비급여주사제 등 비급여 보험금이 증가하면서 지급보험금이 더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3일 발표한 ‘2025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관련 보험손익은 1조87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은 2023년 1조9700억원에서 2024년 1조6100억원으로 약 18.3% 개선됐으나, 지난해에는 1조8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 확대됐다.
지난해 실손보험 보험료 수익은 17조9649억원으로 보험료 상승 및 신계약 증가에 따라 1년 전(16조3364억원)보다 10.0% 늘었다. 생명보험사가 3조1909억원, 손해보험사가 14조7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7%, 10.0% 증가했다.
그러나 지급보험금은 보험료 수익보다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지급보험금은 16조9653억원으로 1년 전(15조2234억원)과 비교해 11.4%(1조7419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급여(본인부담분)가 7조2769억원으로 42.9%, 비급여가 9조6884억원으로 57.1%를 차지했다.
손해율도 악화됐다. 지난해 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101.0%로 전년(99.3%)보다 1.7%포인트(p) 올랐다. 이는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5% 수준을 16%p가량 웃도는 수치다.
세대별로는 3세대 손해율이 120.3%로 가장 높았다. 이어 4세대 115.1%, 1세대 102.3%, 2세대 93.1% 순이었다. 3세대 손해율은 전년보다 8.2%p 낮아졌지만, 지난해 세대별 손해율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4세대 손해율은 전년보다 3.2%p 올랐다.
보험료 조정 효과가 누적된 1·2세대 상품은 3·4세대에 비해 손해율이 낮았다. 특히 가장 점유율이 높은 2세대(41.2%)는 세대별로 가장 낮은 손실액(1400억원 적자)을 기록했다.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계약은 3622만건으로 전년(3596만건)보다 0.7% 늘었다. 손해보험사 보유계약이 3028만건으로 전년 대비 1.0%(30만건) 증가한 반면, 생명보험사는 594만건으로 0.7%(4만건) 감소했다.
세대별 보유계약은 2세대가 1494만건으로 전체의 41.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3세대 783만건(21.6%), 4세대 641만건(17.7%), 1세대 618만건(17.1%) 순이었다. 이밖에 유병력자·노후 실손보험은 86만건으로 2.4%를 차지했다.
1~3세대 실손보험은 해약 등으로 인한 보유계약 감소세가 3.3%로, 2024년(4.4%)과 비교해 1.1%p 둔화됐다. 반면 4세대 실손보험은 신규 판매 및 계약 전환 등으로 전년 대비 22.1%(116만건)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급보험금 증가 폭이 보험료 인상률을 웃돌며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됐다”며 “신의료기술 등 일부 고액 비급여 치료가 큰 폭으로 증가한 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경미한 증상에 고액 비급여 치료 권유 시 추가 상담 필요”
대표적인 비중증 치료로 분류되는 근골격계 질환·상해 관련 비급여 재활·물리치료(도수치료 등) 보험금은 2조6900억원으로, 암·뇌·심혈관질환 관련 보험금(2조5500억원)을 웃돌았다. 과잉 사용 우려가 있는 ‘통원 비급여주사제(영양제 등)’ 보험금도 1조400억원으로 전년보다 31.9% 증가했다.
신의료기술 관련 비급여 보험금도 큰 폭으로 늘었다. 로봇수술 보험금(4700억원)은 전년 대비 72.4% 증가했으며, 전립선결찰술(700억원)은 64.6%, 하이푸시술(2200억원)은 46.0% 늘었다.
신경성형술 등 일부 고액 비급여 보험금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관련 분쟁은 이어지고 있다. 척추 관련 수술 보험금은 지난해 3935억원으로 전년(4092억원)보다 3.8% 줄었으나, 신경성형술 관련 분쟁은 전체 실손보험 분쟁의 약 20%를 차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 입원보험금 한도는 5000만원 수준이지만 통원보험금 한도는 20만~30만원 수준”이라며 “경미한 증상임에도 의료기관이 입원이나 고액의 비급여 치료를 권한다면 다른 의료기관에서 추가 상담을 받거나 보험사에 문의한 후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안내했다.
지급보험금은 세대가 오래될수록 높았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계약 1건당 지급보험금은 1세대 74만원, 2세대 49만원, 3세대 36만원, 4세대 29만원으로 집계됐다. 비급여의 경우 자기부담률을 반영한 실제 1인당 비급여 치료 사용액은 1세대 44만원, 2세대 35만원, 3세대 27만원, 4세대 21만원으로 추정됐다.
의료기관별로는 의원의 지급보험금 비중이 32.0%로 가장 컸고, 병원 21.8%, 종합병원 17.6%, 상급종합병원 15.0% 순으로 집계됐다. 비급여 보험금은 의원(37.1%)과 병원(26.9%)의 합산 비중이 64.0%로 높았고, 상급·종합병원 비중은 23.8%로 낮았다. 실손보험금 내 비급여 비중은 의원(66.2%)·병원(70.6%)·요양병원(83.5%)이 높은 반면, 상급·종합병원 비중은 각각 41.2%, 42.3%로 낮았다.
금감원은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가 향후 보험료 추가 인상과 보험금 분쟁 증가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지난달 출시된 5세대 실손보험을 시장에 안착시켜 과도한 비급여 진료 등 보험금 누수를 억제하고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4세대 재가입 대상자의 실손보험 전환과 11월 도입되는 초기 실손 가입자를 위한 제도(선택형 할인 특약·계약전환 할인)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금 분쟁과 관련해서는 회사별·유형별 분석을 거쳐 부당한 심사 행태가 확인될 경우 해당 보험사에 즉시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법원 판례나 분조례(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례)에 따른 중요한 보험금 심사기준 변경 시에는 소비자에게 사전 안내하는 등 피해 예방 노력도 강화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비급여의 관리급여 지정 전후로 관련 비급여 치료 이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대응할 계획”이라며 “보건당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비급여 과잉 이용 방지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