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기점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했던 자녀들이 '주거난민(住居難民)'이 되어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과거 '리터루족(Returoo族)'이라는 개념이 존재했지만, 최근의 귀환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경제적 폭풍우에 휩쓸린 '강제적 피난' 성격을 띤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 비용과 불안정한 경제 환경이 낳은 이 현상은 노년의 부모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지우고 있다.
'주거난민'은 독립적인 삶을 시작했으나 폭등하는 전세금, 감당하기 어려운 월세 및 대출 이자 같은 현실의 벽에 막혀 본가로 돌아온 성인 자녀를 지칭한다. 이는 마치 이웃 나라 일본에서 1990년대 버블 붕괴 후 젊은 세대가 부모에게 기생한다는 의미로 등장했던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 현상의 21세기 한국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단순한 '캥거루족'이 아니다. 독립 의지를 갖고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주거 불안정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요인 앞에서 좌절한 세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만 19~49세 성인 남녀 중 약 30%가 부모와 동거 중이며, 특히 이들 중 다수가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 독립하지 못했거나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이러한 주거난민을 양산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전셋값은 매매가를 따라 폭등했고, 전세의 월세화는 독립 가구의 주거 비용 부담을 대폭 끌어올렸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자녀들은 독립을 유지할 동력 자체를 상실했다. 월급을 모아도 폭등하는 전세금을 따라잡을 수 없고, 대출을 받아도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다 보니 부모의 집은 유일하게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는 마지막 보루이자 피난처가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거난민의 증가는 노부모들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만다. 독립한 자녀가 다시 돌아오면 단순히 식구가 느는 것을 넘어 노후를 위해 모아둔 자금까지 위협받기 때문에, 노부모의 삶을 강하게 압박하는 일이 벌어진다.
압박에는 세 가지 주요 경로가 있다.
첫째 자녀들의 경제 지원 요구다.
아직 독립하지 못한 자녀가 부모와 동거 중이라면 자녀의 생활비, 재취업 준비 비용, 다시 돌아온 자녀일 경우엔 손자녀의 육아 비용까지 부모의 은퇴 자금에서 크고 작은 지출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는 결국 부모 세대의 노후 빈곤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둘째 노년기 재독립 기회의 상실이다.
자녀를 결혼시키고 나면 일정 부분 자녀로부터 독립된 부부만의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자녀들의 귀환으로 인해 부모는 집을 줄여 이사하거나 재산 처분을 통해 노후 자금을 확보할 기회를 상실하는 일이 벌어진다. "내 집이 자식들의 쉼터가 되는 순간, 늙은 부모의 노후는 영원히 동결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셋째 심리적 부담이 가중된다.
늙은 부모가 다 큰 자녀의 '뒷바라지'를 계속해야 한다는 심리적 중압감은 불안감과 무기력함을 키운다. 실제로 40~50대 중년 캥거루족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부양하는 부모 세대의 부담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작가 박범신이 일찍이 그의 소설 '소금'에서 "스물이 넘은 자식들조차 핏줄이므로 늙어가는 아비에게 빨대를 꽂아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던 현실은, 오늘날 '주거난민' 현상으로 이어지며 특정 세대나 계층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깊숙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주거 굴레'는 자녀를 품는 부모의 '착한 마음'과, 독립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주거난민' 세대의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성체가 되면 부모 곁을 떠나 자립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 경제 구조는 이러한 단순한 이치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무너지는 비극을 막으려면 단지 '개인의 노력'이나 '가족 간의 단호한 결단'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인 급등과 변동성 높은 금융 환경의 안정화가 절대적이다. 성인 자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주거를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세·매매 시장이 조성되지 않는 한, 이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은 국가 차원의 안정적인 주택 공급 및 금융 정책을 통해 성인 자녀들이 자력으로 주거를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년의 부모들은 계속해서 '주거난민'인 자녀들을 품에 안고 고통스러운 한숨만 깊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