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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60+Life story] 국민·퇴직·개인연금 갖추면 노후생활은 안정될까

 이종범의 60+Life story  국민·퇴직·개인연금 갖추면 노후생활은 안정될까

이종범의 60+Life story 국민·퇴직·개인연금 갖추면 노후생활은 안정될까

노후 준비를 설명할 때 가장 익숙한 그림이 있다. 1층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2층은 퇴직연금, 3층은 개인연금이다. 1층 연금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보완한다는‘3층 노후소득보장’이다.

그런데 실제로 3층 연금을 모두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8월 25일 발표한 ‘2024년 연금통계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직역연금(공무원, 군인, 사학, 별정우체국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가운데 하나 이상에 가입한 18~59세는 2348만4000명으로 같은 연령대의 81.1%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모습이 달라진다. 연금 가입자의 57.9%는 한 종류에만 가입했고, 두 종류 이상 가입자는 42.1%였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함께 가진 사람은 21.9%,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모두 가진 사람은 10.0%였다.

여기서 10.0%는 18~59세 전체 인구의 10%라는 뜻이 아니다. 연금에 하나라도 가입한 사람 100명 가운데 세 종류를 모두 가진 사람이 10명이라는 뜻이다. 18~59세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약 8.1%다. ‘3층 연금’이라는 그림이 아직 많은 사람의 실제 모습은 아니라는 얘기다.

연금을 여러 종류 갖고 있다고 해서 노후생활비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가입 및 납입 기간과 적립금의 규모, 수령 방식 등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특히 퇴직연금은 가입돼 있다고 해서 퇴직 후 반드시 매달 연금으로 받는다는 뜻도 아니다. 연금으로 나눠 받거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 후에는 연금을 몇 종류 가지고 있는가보다 실제 생활비에 보탤 수 있는 돈이 매달 얼마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같은 통계에서 2024년 60~64세 인구는 410만5000명이다. 이 가운데 연금을 하나라도 받고 있는 사람은 182만4000명으로 44.4%에 불과했다. 수급통계에는 기초·장애인연금, 국민연금, 직역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농지연금이 포함된다.

이들의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105만1000원이다. 하지만 ‘평균 105만원’만 보고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대체로 그 정도를 받는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평균은 수급액이 큰 사람의 금액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60~64세 연금 수급액을 낮은 순서부터 늘어놓았을 때 가운데 값은 63만3000원이다. 노후생활을 준비할 때 전체 평균보다 내가 각 연금에서 실제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퇴직하는 시점과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도 같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1965~1968년생의 노령연금 정상 지급개시연령은 64세다. 올해 만 60세가 되는 1966년생이 60세에 퇴직한다면 정상 노령연금을 받기까지 약 4년의 간격이 생긴다.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해 수령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지만, 그만큼 연금액은 줄어든다. 정상 노령연금을 기준으로 준비한다면 월급이 끊긴 뒤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생활비를 충당할 다른 재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재취업 소득이나 다른 수입이 없다면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개인연금, 예·적금에서 생활비를 꺼내 써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달 생활비로 300만원이 필요하다면 1년에 3600만원, 4년이면 단순 계산으로 1억4400만원이다.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에 노후자금의 상당 부분을 먼저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기간의 생활비를 어떤 돈으로 충당할 것인지도 국민연금 수령액 못지않게 중요하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 뒤에도 매달 들어오는 연금으로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면 다른 자산을 계속 보태야 한다. 그러므로 퇴직 후에는 “나는 국민연금도 있고 퇴직연금도 있다”는 말만으로 노후 준비가 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몇 년을 어떤 돈으로 생활할지, 연금이 시작된 뒤에는 매달 얼마가 부족할지, 개인연금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얼마씩 받을 수 있는지를 따로 살펴봐야 한다.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것도 이 지점이다. 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과 퇴직 후 필요한 생활비가 충분히 준비돼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연금마다 받기 시작하는 시점과 금액이 다르고, 세 종류의 연금을 모두 갖춘 사람도 아직 많지 않다.

퇴직 후 월급은 끊길 수 있어도 생활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료와 관리비, 식비처럼 줄일 수는 있어도 계속 지출해야 하는 돈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노후 준비는 ‘연금을 몇 개 가지고 있는가’보다 각 연금이 언제부터 얼마씩 들어오고, 그 돈으로 매달 필요한 생활비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3층 연금이라는 익숙한 그림보다 내 통장에 실제로 들어오는 돈의 흐름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종범

제3의 나이 연구소 | 금융노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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