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옥의 보험 읽어주는 사람 떠나는 마음을 대하는 자세
지난 주말 아울렛 매장을 둘러보던 중 마음에 드는 가을 외투를 발견했다. 이월상품이라 한 사이즈 큰 것밖에 없었지만,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매장 거울 앞에서 몇 번을 대어보며 망설인 끝에 구매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입어보니 생각보다 팔 길이가 길었고, 옷장 안엔 이미 비슷한 디자인의 외투가 여럿 걸려 있었다. 충동구매를 했음을 깨닫고 다음 날 매장을 찾아 반품을 요청했다.
변심으로 인해 귀찮은 절차를 겪게 만든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품고 서 있었다. 그러나 매장 직원은 반품 요청을 받자마자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한마디 말도 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뒤돌아서더니, 툭툭 소리를 내며 카드 환불 처리를 진행했다. 묵묵히 그 직원의 굳어진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미안하던 마음은 사그라들고 불친절한 대응에 불쾌한 감정이 가득 차올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몸담고 있는 보험 현장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우리 보험계약은 어떨까?’
보험 역시 사람이 체결하는 계약이기에, 서명을 하고 난 후에도 고객의 상황과 마음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법과 약관은 이러한 소비자의 권리를 다각도로 보장하고 있는데, 고객이 자신이 맺은 계약을 다시 돌아보고 변경할 수 있는 제도는 크게 청약철회, 품질보증해지(계약취소), 그리고 임의해지로 나뉜다.
첫째,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청약철회’다. 계약자는 보험증권을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자유롭게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다만 무분별한 철회를 막기 위해 진단계약이나 보험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계약, 또는 전문 보험계약자가 체결한 계약은 대상에서 제외되며, 청약한 날부터 30일이 초과한 경우에도 철회가 불가능하다.
계약자가 청약서의 철회란을 작성해 제출하거나 통신수단을 통해 신청하면, 회사는 접수한 날부터 3일 이내에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줘야 한다. 만약 반환이 늦어진다면 해당 기간에 대해 보험계약대출이율을 연단위 복리로 계산한 이자를 더해 지급한다.
둘째, 보험사의 귀책 사유로 인한 ‘품질보증해지’다.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에 따르면 보험자가 약관 교부 및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계약자는 성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 3개월은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되는 제척기간이다. 약관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거나 중요한 내용을 설명 듣지 못한 경우, 혹은 청약서에 자필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며, 취소가 확정되면 이미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셋째, 소비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임의해지’다. 보험계약자는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이라면 언제든지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지할 수 있다. 다만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라면 그 타인의 동의를 얻거나 보험증권을 소지해야만 해지가 가능하다. 이때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미경과보험료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이 지급되었더라도 보험금액이 감액되지 않는 보험이라면 사고 이후에도 해지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는 미경과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처럼 법 제도는 계약을 거두어들이는 과정과 절차를 명확히 규정해 두고 있다. 하지만 제도라는 뼈대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은 결국 현장에서 고객을 마주하는 사람의 태도다.
환불을 처리하던 아울렛 직원의 냉랭한 뒷모습을 반추하며, 청약철회나 해지 요청이 들어왔을 때 고객들이 접하는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에게 가만히 물어봤다. 우리가 수많은 고객과 상담을 진행한다고 해서 그 모든 만남이 체결이라는 열매로 맺어질 수는 없다. 또한 정성을 다해 체결한 계약이라 할지라도 고객의 개인적인 사정이나 경제적 여건, 심경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철회나 해지라는 선택에 다다를 수 있다.
그 순간 설계사가 보여주는 반응은 그 사람이 가진 프로로서의 품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성이 들어간 계약이 철회될 때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고객에게 뾰족한 태도로 내비치거나 차갑게 돌아선 뒷모습으로 응대해서는 안 된다.
나를 믿고 계약을 진행했던 시간만큼, 정리하는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깔끔하고 명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진정한 전문가의 자세다. 어떤 순간에도 뒤끝 없는 모습으로 고객의 곁을 지키는 단단한 설계사로 남기 위해, 다시금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바르게 정돈해 본다.
이은옥
메가 메가하나인슈본부 영업지원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