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보험 감독의 ‘사각지대’ 수면 위로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보험산업 감독의 사각지대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법인보험대리점(GA)의 정보보호·내부통제 부실 ▲일탈회계 논란 ▲급증하는 보험사기 ▲다태아 보험 가입 제한 등 현안을 잇따라 제기하며 금융감독원의 대응 강화를 촉구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취임 첫 업무보고 및 국정감사에 참석해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 의지를 드러냈다.
GA 정보보호·내부통제 부실… 금감원, 관리 강화 예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보험대리점(GA)의 정보보호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GA 두 곳에서 임직원과 설계사, 고객 등 11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며 “GA는 대량의 고객정보를 다루는 만큼 정보보호 관리체계가 중요하지만 사실상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험사가 금융보안원에 위탁해 매년 GA를 점검하고 있지만, 절차는 형식적”이라며 “지난해 점검 결과 절반에 가까운 GA가 정보유출 위험군으로 분류됐으며 5년 연속 ‘매우 취약’ 평가를 받은 GA도 7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며 “GA의 정보보호체계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고, GA 자체 보안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GA는 보험영업의 70% 이상을 담당하며 사실상 고객정보를 직접 수집·보유하는 주체”라며 “사후 점검만으로는 부족하므로 금감원은 사전 리스크관리 강화와 함께 표준 보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원장은 “GA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규제 체계에 포함하는 ‘디지털금융안전법’ 제정을 준비 중”이라며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3자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보험사는 ‘자사 상품을 판매해 주는 대리점을 제재하기 어렵다’고 하고, GA는 ‘보험사가 감독기관처럼 군다’고 반발한다”며 “결국 소비자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GA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판매책임을 강화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불완전판매 요인을 차단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직접 GA와 보험사의 영업 건전성 및 소비자 피해 지표를 상시 관리할 수 있도록 금융위와 협의 중이며, 규제개혁 심의 후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탈회계 면죄부 준 금감원, 해석 바로잡아야”
여당 의원들은 삼성생명의 일탈회계와 관련해 ‘금감원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탈회계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것인데, 삼성이라는 대표적인 기업이 장기적으로 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 기업들의 회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일탈회계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게 회계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이찬진 원장은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정립하는 입장은 내부적으로 조율된 상황”이라며 “관련 절차를 거쳐 금감원의 입장을 질의 회신 방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2022년 말 IFRS17 도입을 앞두고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유배당계약자 몫을 보험부채가 아닌 계약자지분조정으로 처리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일탈회계’ 허용”이라며 “국제적으로도 유례없는 회계방식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잘못된 해석으로 삼성생명뿐 아니라 유배당계약을 보유한 여러 생명보험사들이 앞다퉈 일탈회계를 적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삼성생명이 올해 2월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전제도 이미 깨졌다. 금감원이 잘못된 회계 해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일탈회계 관련 기존 회신문에는 주식 미매각 언급이 없었다”고 정정하며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정리하는 방향으로 내부 의견이 일치돼 있다. (금감원 내부) 보험·회계 부문이 함께 검토 중이며 외부 전문가의 검토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기 대응 ‘컨트롤타워’ 필요성 제기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1조1500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피해액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를 활용한 신종 보험사기 수법도 등장하고, 일부 보험설계사와 병원이 공모한 조직적 사기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보험사기가 늘수록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위험보험료 부담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보험사기가 적발돼도 처벌 수위가 매우 낮다”며 “유기징역 선고 비율이 일반 사기보다 현저히 낮고, 수사기관 간 공조도 원활하지 않아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찬진 원장은 “보험사기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대응 관행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민생금융 차원에서 보험사기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 중이며, 관련 인력도 확대 투입하고 있다. 세밀한 개선을 통해 예방과 단속 모두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가입 어려운 다태아 보험… “공적·민간보험 협업”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다태아 보험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다태아 산모의 보험 가입 거절 문제를 지적한 이후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인수 기준이 개선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면서도 “제도 개선 이후에도 실제 인수 건수는 거의 변동이 없고, 오히려 태아보험 시장에서 철수한 보험사가 두 곳(DB생명, NH농협생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흥국생명도 올해 9월부터 GA채널에서 판매를 중단하는 등 사실상 시장에서 빠지고 있다”며 “출생아 중 다태아 비중은 2004년 2.1%에서 2024년 5.7%로 증가했지만, 보험사 인수 건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찬진 원장은 “다태아 보험 인수 실태를 지속 점검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위험도 판단을 이유로 가입을 거절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근본적으로는 공적 복지체계, 특히 건강보험이 다태아 관련 위험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복지부와 협의해 제도적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여전히 다태아 산모들이 ‘일란성이라 거절됐다’, ‘시험관 시술이라 가입이 어렵다’ 등 부당한 사유로 거절당하고 있다”며 “저출산 시대에 이런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서울시가 손해보험협회와 협약을 맺어 다태아 보험 지원사업을 운영 중인 만큼, 이런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금감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임신과 출산이 축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공적보험이 위험을 보장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민간보험과 공적보험이 협업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