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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험 허위청구, ‘보험기만’은 사회 신뢰를 갉아먹는 범죄

 기자의 눈  보험 허위청구, ‘보험기만’은 사회 신뢰를 갉아먹는 범죄

기자의 눈 보험 허위청구, ‘보험기만’은 사회 신뢰를 갉아먹는 범죄

서울서부지법의 장기요양급여 허위청구 사건에 이어,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서울경찰청·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조해 적발한 ‘피부미용 시술 위장 보험사기’는 의료·요양 영역에 퍼진 제도 악용의 민낯을 보여준다. 서울경찰청은 보험사기에 가담한 병원장과 환자 등 131명을 검거했으며, 이들은 공·민영보험금 약 14억원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적발은 지난해 11월 세 기관이 체결한 ‘보험사기 척결 MOU’의 첫 실질적 성과다.

이처럼 의료·요양 분야에서 반복되는 허위청구는 대부분 ‘작은 부풀리기’에서 출발한다. 단발적이고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경미한 위반’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공보험과 민영보험 재정을 동시에 침식시키는 구조적 문제다.

‘보험기만’은 학계에서 주장하는 개념으로 명백한 사기와 도덕적 해이 사이에 존재하는 회색지대형 범죄를 의미한다. 사고를 조작하지는 않더라도, 제도상 의무를 왜곡하거나 서류를 부풀려 부당 급여를 챙기는 행위가 이에 해당하며, 근로자의 근태를 허위 입력하거나 근무시간을 과장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일회성일 경우 명백한 사기임에도 법적 처벌이 애매해 ‘보험기만’이라는 회색지대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2016년 제정 이후 10년 가까이 시행돼 왔지만, 보험 관련 허위·부정 청구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보험사기 적발액은 1조8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늘었고, 2023년 이후에도 의료·장기요양 분야의 기만적 청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상당수 행위가 ‘사기’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의 ‘보험사기 현황 및 시사점’(2023.11) 보고서 역시 “사회 전반의 관대한 분위기와 ‘이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이 기만적 청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또 “보험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보다 처벌 수위가 낮고,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수사기준 강화와 양형기준 정립을 통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선량한 시민들까지 제도 악용의 유혹에 노출시키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입증이 어렵고, 적발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실질적 보상이 크지 않아 적극적인 제재 동력이 약하다. 이렇게 방치된 ‘한두 번의 기만’은 반복을 낳고, 상습화된 뒤에야 뒤늦게 처벌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행위의 심각성은 단순한 재정 누수가 아니라 보험제도 전체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점에 있다. 국민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공보험은 사회적 위험 분담을 위한 기반인데, 일부가 허위 청구로 이익을 취하면 그 부담은 결국 전체 가입자에게 전가된다. 보험료 인상, 급여 축소, 그리고 제도 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문제의 뿌리는 ‘보험기만’에 대한 사회적 관대함에 있다. “이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면 작은 왜곡이 일상이 되고, 제도 전체가 서서히 무너진다. 범죄는 초기에 막지 못하면 손쓸 틈 없이 번지는 법이며, 사소한 허위기재라도 반복되고 방치되면 결국 조직적 보험사기로 비화한다. 단속 비용이 들더라도 국가는 교육과 점검 체계를 강화하고, 초기 단계부터 차단해야 한다. 방관은 더 큰 사회적 손실을 부를 뿐이다.

이제 ‘보험기만’을 명확한 처벌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 공보험 종사자나 의료·요양기관 관계자가 전문성을 이용해 제도를 악용한 경우, 단순 환수로 끝내선 안 된다. 사소한 보험사기라도 형사처벌과 더불어 업무정지·면허취소 등 행정 제재가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보험사와 의료기관이 먼저 투명성을 보여야 한다. 보험금 지급을 악용해 지연하거나, 소비자를 위험군이라며 차별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험금을 위해 필요 이상의 치료를 권유하는 행위도 소비자에게 보험 악용의 습관을 전가하기 제일 쉬운 방식으로, 강한 법치 제도가 필요하다.

제도를 지탱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신뢰이며, 보험은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제도의 틈을 노린 ‘보험기만’이 반복된다면,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공보험의 지속 가능성도 흔들린다. 최근 강화되는 보험사기 판결을 계기로, ‘보험기만’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법적 대응 체계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 제도의 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 대응과 일관된 기준으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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