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 시행, 보험설계사 노사관계 ‘새 변수’ 부상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시행되면서 보험업계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보험설계사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활동과 교섭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원청 기업과도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이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 산업에서 주로 논의돼 왔지만, 원청이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구조라면 다른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보험업계 역시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되고 있다.
보험설계사는 대부분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직이지만 실제 영업 환경은 보험사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보험 상품 구조와 판매 수수료, 환산율, 판매 기준 등 주요 영업 조건이 보험사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여서 ‘실질적 사용자’ 논쟁이 이어져 왔으며, 이러한 구조가 원청과 하청의 관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노란봉투법 적용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 노조가 원수보험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사 소속 직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노사 관계와는 다른 구조지만, 판매 수수료 등 핵심 조건이 보험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사용자성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들은 법 시행 자체보다 향후 해석과 적용 범위에 더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회사 형태인 법인보험대리점(GA)의 경우에는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독립 GA 설계사까지 포함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다른 산업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회사형 GA로는 한화생명(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삼성생명(삼성생명금융서비스), 신한라이프(신한금융플러스), 삼성화재(삼성화재금융서비스), DB손해보험(DB금융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며, 현재로서는 실제 교섭 요구나 분쟁이 발생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당분간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법 개정을 계기로 원수보험사와의 교섭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노조 측은 보험 상품 판매 수수료 구조를 근거로 원수보험사를 교섭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세중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보험설계사지부 지부장은 “설계사가 받는 보험 상품 판매 수수료나 환산율 등 주요 기준은 원수보험사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교섭 추진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설계사 노조 조직 규모가 제한적이고, 여러 보험사를 상대로 공동 교섭을 추진하려면 조직 기반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 역시 구체적인 교섭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당장 영업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보험설계사 노사 관계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보험사와 설계사 사이의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는 특수고용직이라는 특성이 있어 법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며 “당장은 아닐 수 있지만 향후 법 해석과 노조 움직임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도 새로운 노사 이슈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